"죽음이란 본래 없어. 우주만물이 다 불생불멸인데 죽음이 어디 있나. 집착을 해서 윤회의 굴레를 벗지 못해 죽고 나고 하는 것이지 본래 죽음이란 없는 것이야."불교조계종의 대종사이자 봉은사 조실인 석주(昔珠) 스님이 14일 오후6시 충남 온양시 보문사에서 열반했다. 법랍 81세, 세수 95세.
1909년 경북 안동 북후면 옹천 마을에서 태어난 석주 스님은 14세 때인 1923년 남전 스님을 은사로 선학원에서 출가해 6년 간의 행자 생활을 거친 뒤 계를 받았다.
범어사 강원과 오대산 상원사, 금강산 마하연사, 묘향산 보현사 등을 거치며 당대의 선지식을 찾아 정진한 스님은 1940년 부산 동래 금정성원장을 역임했고, 만해 한용운 등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민족의식에 눈 떴다. 일제 강점기 불교정화운동에 참여한 스님은 해방 직후에는 왜색불교 청산과 자주적 독립국가 건설운동에 앞장섰다.
제 8, 15, 23대 조계종 총무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등을 역임한 고인은 열반 직전까지 봉은사와 칠보사 조실, 조계종 원로회의 위원으로 있었다.
석주 스님이 한국 불교계에 남긴 큰 업적은 역경(譯經)사업. 선학원에서 불교사전을 출판했던 운허(1892~1980년) 스님과 함께 1961년 5월 현 동국역경원의 전산인 법보원을 설립해 역경불사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열반경, 법화경, 유마경, 육조단경, 현우경, 선가귀감 등을 번역 출판했고 부모은중경, 목력경, 우란분경은 스님이 직접 번역하기도 했다.
64년 동국역경원을 설립한 뒤에는 한글대장경 편찬사업에 착수해 37년 만인 2002년 9월 318권의 한글대장경을 완간한 스님은 "내가 출가했을 땐 우리말로 된 경전이 거의 없었다. 해방전후 한글학회에서 하는 강습회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대장경을 꼭 번역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에는 "이젠 대통령도 바뀌었으니 무엇보다 통일을 앞당기는 것이 시급하다"며 "무엇보다 불교의 화합정신이 그 첩경"이라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스님 법체는 15일 부산 금정산 범어사로 운구돼 18일 오전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다비식이 열린다. 부산 범어사 (051)508_3122.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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