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주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콜금리를 3.5%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하지만 이번 콜금리 인하가 당장 경기부양을 강하게 자극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가계의 소비와 투자가 금리에 대해 민감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소비를 짓누르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과 소득 부진, 그리고 높은 부채 부담 때문이다. 금리가 소폭 낮아졌다고 해서 가계가 소비를 크게 늘리기는 힘든 상황이다.다만 금리인하를 통해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경제 주체들의 심리 안정에 기여하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재정정책과 금리인하 효과가 맞물릴 경우, 내수 부문을 안정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주식시장에서도 콜금리 인하를 ‘경기 부진의 확인’이라는 악재로 인식하기 보다는, 정부의 적극적인 내수 부양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는 차원에서 심리적 호재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실제로 지난 8월의 1차 금리인하는 증시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콜금리 인하로 안전자산을 선호하던 자금이 증시로 유턴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강했다. 하지만 개인의 직접투자자금 유·출입을 나타내는 실질예탁금은 금리인하 이후 오히려 2조5,000억원 가량 이탈했고, 간접투자자금인 투신권 주식형수익증권에서도 1,600억원이 감소했다. 역시 가계의 부채 구조조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가계부채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자금의 증시 이동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콜금리 인하가 자금 이동의 물꼬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지만,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대한 도전임은 분명하다.
이번 콜금리 인하로 은행주의 상승 잠재력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콜금리 인하가 국내외 금리차 역전을 확대시켜 원화 환율의 하락을 진정시킬 수 있는 요인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기에 주가는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 더구나 최근의 달러 약세는 유로 강세와 엔 강세를 수반하며 진행되고 있다. 원화는 유로 및 엔화 대비 상대적 절상폭이 크지 않아 수출 경쟁력 측면에서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콜금리 인하가 역설적으로 원화강세 피해종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세중 동원증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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