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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對北 봉쇄정책 안돼" 발언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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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對北 봉쇄정책 안돼" 발언 배경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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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대북 문제에서 무력 사용과 대북 봉쇄 등 강경카드를 배제하자고 미국에 요구함에 따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 집권 2기를 맞아 한미 양국의 대북 정책이 큰 틀에서 재조정될 것으로 보인다.노 대통령은 이날 미 국제문제협의회(WAC) 주최 연설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직설적인 화법으로 강경 카드의 배제를 강조했다. 칠레 한미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나온 이 발언은 대북 선제 공격 카드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밝혀온 부시 대통령에게 ‘이제는 무력 사용 카드를 배제해달라’는 솔직한 주문이어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언급은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문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다. 당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 증대될 경우 ‘추가적 조치’의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는 데 유의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미측의 요구로 삽입된 ‘추가적 조치’에 대해 미국은 ‘선제공격 가능성’으로 해석했고, 이후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어떠한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 성명은 북핵 문제 해결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 못했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인식이다. 3차례의 6자 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의 선제공격 전략을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 이 정책의 포기를 북한 핵 해결의 선제조건처럼 거론해왔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노 대통령은 이제 새 정책 기조를 모색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듯 하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발언은 정부 입장을 솔직히 밝힌 것으로 미국과 대북정책의 기조를 재 조율하겠다는 의미"라며 "한미 양국은 주한미군 재배치, 이라크 파병 등의 난제를 해소한 상태여서 홀가분하게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최근 미 행정부내 강경파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북 선제 공격 상황인 레드라인(한계선)이 언급되는 최근 급박한 상황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이날 "6자회담 틀이 만들어지기 전에 일부에서 북에 대한 무력 행사가 거론된 적이 있다"며 굳이 과거사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간 미국이 북핵 저지 뿐 만 아니라 북한 체제의 변화 모색을 동시에 구사, 북한의 운신 폭을 좁게 했다"며 "향후 미국이 단기적으로 북핵 문제에만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우리 정부의 과제"라고 말했다.

이제 공은 미국으로 건너갔다. 현재로서는 한미 양국의 입장 조율이 단시일 내에 매듭지어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은 듯 하다. 하지만 20일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이어서 그에 쏠리는 시선은 무척 민감하다.

로스앤젤레스=김광덕기자kdkim@hk.co.kr

■ 盧대통령 발언 요지/ "核·미사일은 자위수단, 北주장 일리 있어"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6자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도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보다는 체제안정을 보장 받으려는 의도라고 분석된다.

북한이 미사일과 그 제조기술을 수출하는 것은 우려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1987년 이후 북한이 테러를 자행하거나 지원한 일이 없다. 테러조직과의 연계 의혹은 근거가 없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자위수단이라는 북한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측면이 있다.

6자회담의 틀이 만들어지기 전에 무력행사가 거론된 적이 있다. 잿더미 위에서 일어난 한국에게 또다시 전쟁의 위험을 감수하기를 강요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무력행사의 유용성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고 봉쇄정책도 바람직하지 않다. 대회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이것이 미국 정부와 미국민에 전하는 강력한 희망이다.

■ 美반응/ "韓美간 엇박자로 비칠 수도"

북한 핵 문제의 포괄적 해법을 제시한 노무현 대통령의 로스앤젤레스 연설에 대해 미 정부는 14일 아침 현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백악관과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도 없어 밖으로 드러나는 미 정부 관리들의 표정도 읽기 어렵다.

이라크 팔루자 전투 상황과 팔레스타인 정세를 다루기에 바쁜 미국 언론들도 노 대통령 연설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3일자에서 "노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거명하지 않고 북한 핵 개발 계획에 대한 강경노선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지적한 것이 눈에 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분위기가 부시 대통령 재선이후 워싱턴을 감도는 대 북한 기류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대선 이후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에 대한 ‘강한 주문’을 요구하는 소리들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을 6자 회담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달래기 보다는 할 말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라는 지적이다.

래리 닉시 미 의회조사국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6자 회담에 나오는 시기가 미뤄질수록 2기 부시 정부에서 강경파들의 입김이 강해질 것"이라며 "한국이나 중국 정부가 북한을 측면 지원하는 듯한 인상을 주지 않는 것이 부시 정부의 대북 정책이 강성으로 흐를 가능성을 차단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더그 밴도우 케이토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물러날 경우 대 북한 군사행동에 대한 얘기들이 훨씬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런 점에서 "대륙봉쇄나 체제붕괴, 무력행사 등을 통한 북한 핵의 해결책을 모색해선 안 된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간의 엇박자로 비칠 여지가 있다는 게 워싱턴의 시각이다.

물론 워싱턴의 전문가들도 노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다시 강조한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노 대통령의 입장이 무력행사나 해상봉쇄 등 가능성을 버리지 않는 것이 하나의 협상전략이 될 수 있다고 믿는 부시 정부내의 강경파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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