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7년 11월15일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59세로 작고했다. 유대계 출신으로 보르도대학과 소르본대학에서 교육학과 사회학을 가르쳤던 뒤르켐은 사회학의 프랑스 학파를 건설한 사람이다. 뒤르켐 이전에 사회학은 주로 독일 학자들에게 이끌리고 있었다. 뒤르켐이 보르도대학 재직 시절 창간한 ‘사회학 연보’(1896~1913)를 둥지로 삼은 뒤르켐 학파는 그가 죽은 뒤 조카이자 제자 마르셀 모스에게 이끌리며 양차 세계대전 사이에 유럽 사회과학계의 주류로 떠올랐다. 모리스 알바크스, 셀레스탱 부글레, 마르셀 그라네, 프랑수아 시미앙 같은 이들이 뒤르켐 학파의 구성원들이었다.인간에 대한 뒤르켐의 기본 관점은 문화결정론이었다. 문화결정론이란 개인의 행동이 그가 속해있는 문화에 의해 거의 전적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이다. 문화는 개인을 초월한 자립적 존재로서 개인에게 환원되지 않으며, 개인은 문화 앞에서 무력하다는 이런 관점은 사회학주의의 한 측면이다. 사회학주의란 사회적 사실이 심리적·생리적 현상에 환원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뒤르켐이 사회학자를 자처했으니 만큼, 그가 문화결정론이나 사회학주의에 이끌린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인간의 정체성이나 행동이 문화환경을 비롯한 사회적 사실들보다 유전자에 의해 더 크게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사회학보다는 생리학 쪽에 더 매력을 느낄 것이다.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숙명적 자살, 유기적 연대, 기계적 연대 같은 뒤르켐 사회학의 용어들은 이제 저널리즘으로까지 깊이 편입돼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뒤르켐을 통해 사회과학 용어가 된 말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노미’일 것이다. 사회 규범의 동요나 이완·붕괴가 구성원들의 욕구나 행위에 초래하는 혼돈이나 무규제 상태를 뜻하는 아노미는 한 개인의 발달사에서 청소년기를 특징짓는 말이기도 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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