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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그들의 비명이 내 안에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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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자 춘추] 그들의 비명이 내 안에서 울린다

입력
2004.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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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었다. 끝없는 평원이 펼쳐져 있다. 붉은 흙. 붉은 태양. 바람이 내 등을 두드리고 머리칼을 쓸어주고 지나간다.여기가 어디인가. 몸을 돌리자 거대한 바위가 하늘을 가리고 서 있다. 아. 위에 누군가 있다. 말을 타고, 가죽모포를 두른 누군가. 머리에서 하얗고 긴 깃털이 날리며 그가 날 내려다본다. 표정이 없다. 그런데 그의 말이 들려온다. "미타쿠에 오야신!" 낮고 느린 음성이 내 온 몸과 영혼을 사로잡는다. 한 없이 다정하면서도 엄격하기 이를 데 없는 음성. 그가 또 무슨 말인가를 전한다.

‘그들은 다시 돌아올 것이다/ 대지 위 모든 곳에서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대지의 오래된 가르침/ 대지의 오래된 노래가/ 나의 친구여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 그대에게 그들을 소개한다/ 그들을 통해 그대는 이해할 것이다/ 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대지 위 모든 곳에서’(미친 말/오글라라 라코타 족-류시화 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중에서)

갑자기 어둠이 밀려온다. 멀리 불빛들이 반짝이고 천둥 같은 소리들이 들린다. 하늘에서 불빛 하나가 날아가더니 땅에 떨어진다. 번쩍하는 빛! 내 발 아래의 대지가 흔들린다. 불빛들과 천둥 같은 소리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가까워진다. 비명 소리들도 뒤섞여 온다. 팔루자?! 마음 깊은 곳에서 아득한 슬픔이 밀려온다. 난 울고 있는 것 같다. "아빠!"

눈을 뜬다. 어린 딸이 내 가슴에 올라와서 날 흔들어 깨우고 있다. 식은 땀. 왜 이런 꿈을? 무슨 메시지였을까. 미타쿠에 오야신. 책을 펴서야 그것이 내게 보낸 인사였다는 것을, 우린 모두 형제라는, 우린 모두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를 깨운 어린 딸의 눈을 들여다본다. 딸아,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을 너는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모두가 다 거짓말이었을지도 모르니까. 두렵다. 인간의 미래가.

김경형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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