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一家) 김용기(金容基·1912~1988)씨가 경기 하남시 풍산동에 세운 ‘가나안농장’이 17일 창설 50주년을 맞는다.가나안농장은 김씨가 가족과 친지 등 20여명과 함께 1954년 11월17일 야산 1만3,000여평을 매입해 설립했다. 김씨는 황폐한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농장 이름을 ‘가나안’으로 붙이고 농장 안에 가나안 교회를 세웠다. 가족 친지와 삽과 곡괭이 만으로 새벽 4시부터 밤 9시까지 강행군으로 황무지를 개간했다. 피땀어린 노력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농장은 매년 수확량을 늘려나갔고 주변 농민들은 물론, 지역 공무원들이 농장의 영농방식을 배워가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김씨는 1962년 2월 농장 안에 ‘가나안농군학교’를 설립했다. 기독교 신앙을 토대로 빈곤을 물리치는 ‘농군(農軍)’을 육성하자는 취지로 설립된 이 학교는 정치인과 기업인, 공무원, 연예인, 학생 등 61만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1973년 원주에 제2농군학교를 설립한 데 이어 필리핀 태국 등 해외 11곳에도 농군학교를 설립했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강신성일 전 의원, 고 허장강씨 등 유명인들이 이 학교를 거쳐갔으며, 태국의 ‘청빈 시장’으로 유명한 잠롱 전 방콕시장도 이 학교 출신이다.
설립자 김씨의 3남인 김평일 하남 가나안농군학교 교장은 "1962년 2월 박정희 당시 최고회의 의장이 농군학교를 방문하면서 새마을운동의 시발점이 됐다"며 "시간이 흐르고 사회가 변해도 보다 인간다운 사회와 보다 풍요로운 미래를 만들어 가려는 가나안농군학교의 정신은 농장 설립 50주년을 넘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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