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슬플 때 / 마이클 로젠 글ㆍ퀜틴 블레이크 그림 비룡소 발행ㆍ9,500원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영국 작가 마이클 로젠은 사랑하는 아들 에디를 그렇게 가슴에 묻었다. 그림책 ‘내가 가장 슬플 때’는 그 깊은 슬픔의 1인칭 고백이다. 로젠이 글을 쓰고 ‘마틸다’ ‘새들은 어떻게 하늘을 날게 되었을까’ 등의 그림책으로 잘 알려진 영국 화가 퀜틴 블레이크가 그림을 그렸다.
슬픔은 참 조용하구나. 소리 없이 파고들어 낮게 흐르는구나.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자식 잃은 아버지 심정이 오죽하랴만, 로젠은 흐느끼지 않고 담담하게 말한다. 더 나아가 남들의 슬픔까지 껴안는다. 그래서 더 슬프다. 퀜틴 블레이크의 그림도 왜 그리 슬픈지. 꺼칠한 수염에 헝클어진 머리, 퀭한 두 눈. 화자인 ‘나’의 슬픔은 그림만 봐도 그대로 배어나온다. 펜으로 단숨에 그린 듯한 자유분방한 선과 화면 가득 꺼무슥하게 번지는 물감의 수채화가 마치 고삐 풀린 슬픔의 정처 없는 방황처럼 쓸쓸하다.
‘나’는 슬픔을 떨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행복한 척 웃어보고 즐거운 일을 해봐도 달라지는 게 없다. 어떻게 그 녀석이 나를 두고 죽어버릴 수 있어? 그런 생각에 울화가 치밀어 샤워하면서 비명을 지르고, 숟가락으로 탁자를 탕탕 내리치고, 푸, 후, 후 소리를 뱉기도 한다. 나만 슬픈 게 아니라고, 다른 사람도 모두 슬픔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슬픔은 사라지지 않는다.
언제 어디고 따라오는 아들의 추억과 사무치는 그리움에 나는 그저 사라지고만 싶다. 책의 마지막 장면, 촛불 앞에 홀로 앉은 나의 쓸쓸한 표정은 얼마나 서글픈지.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고 외롭기만 하다.
‘나’는 가눌 길 없는 슬픔 속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누가 슬픈가? 모든 사람이 슬프다. 슬픔은 모든 사람에게 오고 너에게도 온다." 그 말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일곱 살부터.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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