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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비난발언 도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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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비난발언 도를 넘었다

입력
2004.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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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목희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을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헌재의 존재와 권위, 헌법적 실체를 부정하는 발상이 국회의원의 공식 발언으로 의정단상에까지 등장하는 사태가 개탄의 수준을 넘어 매우 위험스럽다. 그의 발언은 헌법기관과 그 최종 결정권을 정략적 잣대로 함부로 짓밟는 것이다. 이런 풍조가 만연된다면 헌정체제와 국가질서를 지켜 나갈 권위는 아무 것도 남을 수 없다.헌재에 대한 비판이 있을 수는 있다. 관습헌법 이론에 대한 학계의 논란은 다양한 학설이라는 측면으로, 또 일반 시민들의 불만도 생각과 관점에 따라 얼마든지 열려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나 국회가 이를 공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헌법기초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헌법기관이 헌법기관을 공격하는 사태는 법리논쟁과는 다른 심각한 분란이다.

설사 국회의원이 헌재를 정치적으로 비판하더라도 일정한 정도는 지켜야 한다. 이 의원은 헌재 결정이 5·16 쿠데타, 3선 개헌, 10월 유신, 12·12 군사반란, 5·17 쿠데타에 버금간다고 했다. 사리와 상식으로 볼 때 이는 경악할 폭언이다. 그는 또 헌재 재판관들을 "수구기득권세력을 수호하는 법복 입은 정치인"이라고까지 비난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야 말로 헌재가 무엇이고, 재판관들의 헌법적 임무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몰이해와 몰지각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헌재 결정이 아니더라도 정권과 정부가 추진하던 수도이전은 애당초 무리한 계획이었다. 다수 여론이 그렇게 판정하고 있었다. 섣부른 시행착오가 엄청난 혼란과 정치 행정적 낭비만을 초래한 것에 대해 정중한 반성을 먼저 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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