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당 일각에 자유투표를 통해 국가보안법 개·폐여부를 결정하자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대해 지도부는 "대야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무슨 김 빼는 소리냐"며 펄쩍 뛰고 있지만, 동조 의원들이 적지 않아 곤혹스러운 표정이다.개혁당 그룹을 이끄는 유시민 의원은 12일 "국보법은 어차피 한나라당과 내용상 합의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절차상 합의가 중요하다"며 "국보법 문제를 모든 의원이 참석하는 국회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토론한 뒤 자유투표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국보법 폐지론자인 유 의원은 "자유투표를 하면 각 당은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할 수 있고 당론강행, 실력저지 등 소모적 충돌과 대결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폐지 반대론자인 안영근 의원도 "모든 정파의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당 원내전략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성곤 의원도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국보법 개·폐야말로 의원의 양심에 따라 무기명 자유투표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국보법을 놓고 맞서온 양측 일부 의원이 자유투표에 공감하는 것은 국보법 폐지에 대한 한나라당의 결사 반대와 여론 뒷받침 부족 등 현실적여건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당론으로 폐지를 밀어붙여봐야 득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정배 원내대표는 "당론으로 결정한 만큼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며 일사불란하게 밀고 나가야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자유투표론이 확산될 경우 대야 협상력이 떨어지고 당내에 폐지 반대론이 퍼지게 될 것이라는 게 천 대표의 우려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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