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한국의 핵물질 농축 실험에 대한 잠정 보고서를 이사국에 배포했다. 보고서에서 IAEA는 한국이 1982년에 추출한 플루토늄 0.7g은 농도가 98%, 농축 우라늄 0.2g은 평균 농도 10.2%·부분 농도 77%에 이르렀다고 밝혔다.IAEA는 이런 고농도 핵물질 추출 실험의 성격과 한국 정부가 제때에 IAEA에 보고하지 않은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문제의 실험이 핵무기 제조용으로는 ‘의미 없는 미량’에 그쳤음을 분명히 했다. 실험의 의도와 동기는 미심쩍지만 결과적으로 핵무기 제조 움직임은 없었다는 뜻이다. IAEA가 동기에 대한 의심과 결과에 대한 안도 가운데 어느 쪽을 최종 평가의 축으로 삼을지는 25일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유엔 안보리에 회부할 것인지, IAEA 차원에서 끝낼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로서는 유엔 안보리 회부를 피해 이 문제가 국제적 관심에서 멀어지기를 바라겠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안보 담당 차관이 안보리 회부 필요성을 밝힌 것이 과연 정부 관계자가 밝히듯 미국내 ‘소수 의견’에 그치는 것일까. 애초에 이 문제가 미국에서 흘러 나온 것은 이란의 핵 개발 의혹이나 북한 핵 문제와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한국이 성실하게 IAEA 사찰에 응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란이나 북한에 심리적 부담이 될 수 있다.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무리 작은 문제라도 핵 의혹은 유엔 안보리가 논의한다는 관행의 정착은 미국이 피할 바가 아니다. 따라서 정부는 이 문제의 안보리 회부에 대비해야 한다.
물론 안보리에 회부되더라도 국제적 논란이나 제재를 부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다만 회부 자체가 한국의 핵 정책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 손상을 뜻한다는 점에서 영향의 최소화 방안을 다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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