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류’(韓流) 열풍은 정말 충격적인 사건입니다."11일 개막한 제1회 일본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데라와키 켄(寺脇硏·52·사진) 일본 문화청 문화부장은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의 최고 수혜자가 바로 ‘한류’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우리 문화가 한국에서 차단되고 있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한국 대중문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일본 국민들이 이제는 거리낌 없이 즐기게 된 것이죠."
업무상 일본 전국을 돌아다닌다는 그는 ‘한류’ 열풍이 한국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전했다. "예전에는 중장년층이 연예인 좋아한다는 말을 꺼내지도 못했는데, 스스럼없이 배용준과 최지우에 열광하는 모습은 아주 놀라운 현상이죠." 한류는 다른 유행과 달리 젊은 층에서 먼저 일어난 것이 아니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곁들였다.
영화평론가로도 활동하는 데라와키 부장은 요즘 한국 영화에 푹 빠져있다. 지난 1년간 본 한국 영화가 무려 70편. "너무나 인상적이고 강렬한 영화가 많았는데,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살인의 추억’입니다." 그는 "관객의 즐거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작품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살아 숨쉬는 것이 한국영화의 장점"이라면서 "이 두 가지는 요즘 일본 영화가 잃은 것이라 더욱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악과 영상의 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이 없는 듯해 안타깝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한국 영화인들의 재능과 아이디어가 일본의 숙련된 스태프를 만난다면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일본영화제에 소개되는 작품은 1965년부터 2003년 사이 만들어진 국내 미개봉작 46편. 데라와키 부장이 일본 영화잡지 ‘키네마 준보’의 독자들이 선정한 ‘한국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들’ 중에서 직접 엄선했다. 영화제는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에서 24일까지 열린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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