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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박지원씨 무죄취지 파기환송/150억 의혹 다시 미궁 ‘檢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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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박지원씨 무죄취지 파기환송/150억 의혹 다시 미궁 ‘檢 상처’

입력
2004.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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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의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취지로 파기환송, 현대비자금 의혹이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번 판결로 박씨의 명예회복 가능성이 커진 반면, 검찰은 무리한 기소라는 비난에 직면하게 됐다.◇사건내용

박씨는 2000년 4월 남북정상회담 준비과정에서 이익치 전 회장을 통해 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에게서 150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씨는 현대건설 비자금 150억원을 1억원 짜리 무기명 양도성예금증서(CD) 150장으로 바꿔 서울 P호텔 T레스토랑에서 박씨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인 김영완(해외체류)씨는 이 CD 150장을 박씨에게서 받아 관리했고 30억원 가량은 필요할 때마다 박씨에게 건네주었다고 자술서를 보내왔다.

박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김영완-이익치씨의 공모에 의한 배달사고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팔아 정 전 회장으로부터 150억원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회장은 "김씨의 요청으로 이씨를 통해 150억원을 박씨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재판부의 판단

재판에서 검찰은 이씨와 김씨의 진술 외에 박씨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물적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가 이씨와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느냐가 유무죄 입증의 관건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미 현대 비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권노갑씨 사건에서 ‘김영완 자술서’의 증거능력을 부인한데 이어 이날 재판에서 이씨의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CD의 전달시간과 전달장소인 P호텔의 상황, 전달과정에 대한 진술 등을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박씨의 감사전화가 있었는지에 대해 정 전 회장과 이씨의 진술이 엇갈리는 데다 상황이 불리하면 말을 바꾸는 이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의심이 가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라’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에 따라 무죄 취지로 원심을 파기했다.

◇권노갑 사건과의 차이

대법원은 현대에서 200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권씨에 대해선 지난달 유죄를 확정했다. 권씨 사건에선 돈 전달 과정에 이씨와 김씨 진술 외에도 현대 임직원들이 개입한 증거와 구체적인 장소, 현금운반 차량과 운반자 등이 확인됐다. 이처럼 금품수수를 부인하기에 어려운 정황들이 박씨 사건에는 없었다.

◇향후 전망

검찰이 재수사 등을 통해 추가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박씨의 무죄 확정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찰이 김영완씨를 귀국시켜 증언대에 세우면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지만, 대법원에서 이미 권노갑씨 사건의 공범으로 인정된 김씨가 사법처리를 감수하고 귀국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태규기자 tglee@hk.co.kr

■檢, 당황 "증거 보완할 것"

박지원 전 문화부장관의 현대비자금 150억원 수수 혐의에 대해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판결이 내려지자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대북송금 특검 말미에 불거졌던 현대비자금 사건은 이후 돈 전달 및 관리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김영완씨의 해외 도피 사실이 밝혀지고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이 이어지면서 재판과정 내내 수많은 의혹을 뿌려왔다. 결국 박씨에게 직접 돈을 전달했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진술이 거의 유일한 단서가 됐고, 이씨의 증언은 재판 때마다 결정적인 증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씨를 형법상 뇌물공여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데도 검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아 ‘플리바겐(수사 흥정)’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이 결정적 진술자인 이씨가 진술을 번복하거나 수사에 협조하지 않을 것을 우려, 공소 유지를 위해 이씨를 봐주려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검찰이 해외 도피중인 김씨에 대한 적극적인 신병 확보 태도를 보이지 않아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김씨 변호사를 통해 김씨로부터 자술서를 받아 재판에 유리한 증거로 사용하면서도 정작 김씨의 소재지를 파악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한 채 수사도중 압수한 김씨 재산마저 되돌려 줘 김씨에 대해서까지 ‘플리바겐’ 의혹을 남겼다.

이에 검찰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면서도 "무리한 수사는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박씨 수수 혐의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중수부는 "이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해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의 심증을 확실히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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