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찰에 검거된 중소기업 회장 일가족 납치사건의 주범 김모(30)씨가 유명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카페를 통해 공범들을 모집하고 범행을 모의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인터넷을 매개로 벌어지는 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인터넷은 공모자를 쉽게 구할 수 있고, 범행 수법을 배울 수 있으며, 각종 포털 사이트마다 개설된 카페나 동호회의 수가 워낙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가 어렵다는 점 때문에 예비 범죄자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을 통해 범행을 모의했다가 경찰에 검거된 경우만 보더라도 절·강도, 청부살인, 성폭행에 납치까지 각종 강력범죄를 망라하고 있다.
지난 6월 서울에서는 ‘폼나게 한탕’이라는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20대 4명이 서울 익산 등을 돌며 21차례에 걸쳐 성폭행과 강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8월 부산에서는 인터넷에 ‘진정한 한탕’이라는 카페를 만들고 서울 대구 등에서 공범을 모아 부산 일대에서 10여 차례에 걸쳐 흉기강도 행각을 벌인 장모(33)씨 일당이 검거됐다. 또 지난 9월 강원에서는 인터넷에 청부살인 카페를 개설한 뒤 "동거남의 딸을 살해해 달라"고 연락해 온 의뢰인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챙긴 이모(30)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인터넷에는 자살권유, 성매매 알선, 사제폭탄제조 등 각종 범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카페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임준태(40) 교수는 "예전에는 바깥세상의 사회병리적 현상이 사이버세상으로 번져 나갔지만 이제는 반대"라며 "인터넷 사용자들의 높은 윤리의식과 경찰 등 관련 기관의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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