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0.25%포인트의 전격적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경기부양효과는 미지수다. 기대할 것이라곤 ‘금리정책도 정부의 경기진작요구에 부응했다’ ‘통화·재정을 망라한 경기부양의 올-인 기조가 완성됐다’는 심리적, 신호적 효과가 전부일 것으로 보인다.금리인하의 약발이 별로 없다는 것은 8월에 이미 확인됐다. 당시 콜금리 금리인하에도 불구, 기업대출은 8~9월 1조1,000억원 줄었고 10월에도 사실상 3,000억원 순 감소해 기업들의 자금수요창출이나 투자촉진엔 영향을 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대출금리 대비 예금금리만 큰 폭으로 떨어뜨림으로써 ‘마이너스 실질금리’ 확대와 자금의 단기 부동화만 부추겨진 상태다. 이런 부작용은 지난달 박 승 한국은행 총재도 시인한 바 있다.
이번 금리인하로 물가불안은 물론, 과잉유동성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도 예상된다. 투자·소비가 죽은 상황에서 넘치는 돈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은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이자를 받고 금융권에 머물러 있거나 ▦다른 투자대상을 찾는 것이다.
첫번째 투자대상은 부동산이다. 얼어붙어있다고는 하나 부동산 시장은 언제나 ‘사화산’ 아닌 ‘휴화산’이다. 건설경기 연착륙 명분 하에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부동산규제완화가 과잉유동성과 접점을 찾을 경우, 자산버블의 재연이 우려한다.
두번째 행로는 해외다. 마침 미국은 이날 금리를 올렸고, 한국은 내려 내외금리차 역전우려는 더 높아지게 됐다. 국내 저금리를 견디지 못한 뭉칫돈의 해외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처럼 효과는 불분명하고 위험은 큰 데도 금통위는 금리를 내렸다. 더구나 경기와 물가 등 경제적 펀더멘틀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지난 달엔 동결하더니 이 달엔 방향을 180도 틀어 인하카드를 뽑았다. 금통위측은 "환율과 유가하락으로 물가압박이 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물가억제 목표선(3.5%)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금리를 내린 이유로는 궁색하기 짝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금통위 결정은 경기 물가 금융시장 등 종전의 금리결정변수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으며, 결국 정부의 경기부양 드라이브에 ‘동참’한다는 취지로 밖에는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다는 게 시장 반응이다. 정부가 재정을 동원해 한국판 뉴딜정책을 벌이고, 고집스런 고(高)환율 정책까지 누그러뜨린 만큼 금통위로선 어떤 형태로든 정부에 ‘화답’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 시장관계자는 이런 금통위 결정에 대해 "시장의 기대 보다는 정부의 기대에 화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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