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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62> 크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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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62> 크누트

입력
200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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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5년 11월12일 잉글랜드와 스칸디나비아에 걸친 대제국의 군주 크누트가 40세로 죽었다. 유럽사에는 크누트라는 이름을 지녔던 덴마크 군주가 여섯 있다. 오늘의 주인공 크누트는 그들 가운데 역사에 남긴 흔적이 가장 또렷해 흔히 대(大)크누트로 불린다. 크누트2세로도 불리는 대크누트는 1018년부터 죽을 때까지 덴마크 왕이었고, 그보다 한 해 전인 1017년부터는 카누트1세라는 이름으로 잉글랜드 왕이었으며, 1030년부터는 노르웨이 왕이었다. 그는 스칸디나비아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잉글랜드를 노섬브리아, 이스트앵글리아, 머시아, 웨식스 등 네 개 백작령으로 분할해 통치했다.대크누트는 부왕(父王)이 시작한 덴마크 사람들의 잉글랜드 정복을 완성한 사람이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잉글랜드를 침공해 무능한 앵글로색슨 왕 애설레드2세를 노르망디로 쫓아낸 뒤 그 후계자 에드먼드2세와 함께 잉글랜드를 분할했고, 에드먼드2세가 살해된 뒤 잉글랜드 전체의 합법적 왕이 되었다. 대크누트는 비록 덴마크 사람이었지만, 앵글로색슨계와 덴마크계를 차별 없이 고루 등용해 잉글랜드를 평화롭게 다스렸다. 대크누트는 죽으면서 노르웨이, 잉글랜드, 덴마크를 각각 스벤, 해럴드, 크누트3세 세 아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대크누트에게서 덴마크를 물려받은 크누트3세는 1040년 이복형 해럴드가 급사하자 그 자리도 물려받아 아버지처럼 잉글랜드 왕을 겸하게 됐지만, 술이 과해 두 해 뒤 사망했다. 하르사크누트(과감한 크누트)라고도 불렸던 크누트3세의 죽음과 함께 잉글랜드에서의 덴마크 왕가도 끊겼다. 그로부터 26년 뒤 잉글랜드 왕권은 영불해협 너머 노르망디에서 쳐들어온 새 정복자 윌리엄(기욤)에게 넘어가게 된다. 유럽인들이 동아시아 사람들만큼 ‘국사' 관념에 철저했다면, 영국과 덴마크와 프랑스 사이에 무시무시한 ‘역사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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