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2> 삼보, 두루넷 운영 결정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나의 이력서]IT계의 선구자 이용태 <42> 삼보, 두루넷 운영 결정

입력
2004.11.12 00:00
0 0

한국전력은 전 국토를 뒤덮는 통신망은 물론 케이블 TV망을 확보, 수백만 가정과 통신선을 연결했다. 이 케이블TV망은 원래 방송망이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가정으로 한 방향 통신만 하면 충분한 것이었다. 그런데 천만다행으로 한전은 처음부터 이를 쌍방향 통신으로 만들어 방송 선로 뿐 아니라 통신 선로로도 쓸 수 있게 했다.한전은 이를 무기로 통신사업에 진출할 생각을 갖게 됐다. 당연히 한국통신은 크게 당황했다. 한전의 통신시설은 한국통신보다 휠씬 늦게 구축돼 최신 기술을 채택했다. 한전이 통신사업에 손을 대면 한국통신으로 봐서는 일대 위협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통신은 이 같은 한전의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했다. 정보통신부도 딴지를 걸었다. 통신사업은 100% 정통부 소관아래 있어야 하는데 만약 한전이 통신사업에 나서면 한전의 주관 부처인 산업자원부가 통신사업에 대해 막강한 발언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전도 물러서지 않았다. 한전은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통신사업 진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먼저 정보화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앞으로 통신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통신선로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한전이 이미 구축해 놓은 최신 기술을 놀리는 건 국가 자원의 낭비다. 한전의 통신 선로는 경제적으로도 효용 가치가 입증됐다. 이를 사장시킨다면 국가에 크나큰 누를 끼치는 행위라는 것이다.

많은 논란과 타협 끝에 정부는 마침내 해결책을 내놓았다. 정통부가 관할하는 새로운 기간통신 사업회사를 하나 설립해 한전의 통신선로를 이용한 서비스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전의 통신 선로는 활용하되, 한전이나 산자부는 통신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결정에 따라 한전은 새로운 회사를 탄생시켰다. 바로 두루넷이다.

한전은 두루넷 경영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는 조건 때문에 주식 소유를 10%로 한정했다. 나머지 90%는 100개의 민간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다. 기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경영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한전은 9.9% 주식을 소유하는 회사를 하나 지정해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1996년 봄의 어느날 한전으로부터 내게 연락이 왔다. 두루넷 운영 주체를 삼보에 맡긴다고 했다. 나는 이런 일은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리둥절했다. 먼저 어떤 이유로 삼보를 택했는지 물어보았다. 한전 쪽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던 모양이다. 우선 두루넷의 운영을 재벌에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중견기업 여러 개를 놓고 적임자를 선정했다고 했다. 삼보가 정보기술(IT)에 전념하는 전문 기업체이고 내가 최초의 데이터통신사업을 전개한 경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데이터통신을 경영한 이래 한국 통신사업의 미래에 대해 나름대로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엄청나게 발전할 소지가 충분했다. 특히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이 많은 통신량이 발생할 게 분명한 만큼 초고속통신망에 대한 인프라를 갖추지 않으면 안됐다.

한전이 보유한 통신망이야말로 이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자랑했다. 때문에 나는 한전의 제안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96년 7월에 주식회사 두루넷이 발족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