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0일 존 애쉬크로프트 전 법무장관이 사임 발표한 지 하루만에 알베르토 곤살레스(49·사진) 백악관 법률 고문을 후임으로 지명했다. 이로써 곤살레스는 히스패닉계 최초의 법무장관 내정자가 됐다. 부시 대통령은 과거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동생 로버트 케네디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것처럼 가장 믿을만한 심복 중 한 명을 백악관을 보호할 수 있는 자리에 앉히게 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평했다. 2기 임기 중 동성결혼 금지를 위한 헌법 개정 등 각종 ‘도덕 법안’을 추진하려는 부시 대통령이 심복의 기용을 통해 법무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곤살레스는 1995년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주지사 시절 법률 고문을 지낸 것을 시작으로 주 내무장관, 주 대법원 판사를 역임하면서 부시 대통령과 밀접한 유대를 맺어왔다. 4년 전 백악관에 들어오면서부터는 부시 대통령에게 테러와의 전쟁을 뒷받침하는 법률적 이론을 제공하고 각종 애국법 입법을 적극 추진해왔다.
특히 그는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전사들에 대해 고문 금지를 규정한 제네바 협약의 엄격한 적용을 배제할 것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2002년 메모’를 작성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권단체들은 그의 법 논리가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에서 미군들이 이라크 재소자를 학대하는 길을 열어놓았다고 비판해 왔다.
그의 이런 경력 때문에 인준 과정은 순탄치 못할 전망이다.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그가 "애쉬크로프트보다는 당파성이 덜한 인물"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의 법률관이 기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등을 집중 조명할 태세다. 그러나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그가 당초 연방 대법원 판사로 지명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법무장관에 지명됨에 따라 인준 투쟁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초등학교도 못 마친 부모 밑에서 7명의 형제와 가난하게 자란 곤살레스 내정자는 텍사스주 라이스대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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