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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강기훈씨 모친 일흔에 성공회大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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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대필’강기훈씨 모친 일흔에 성공회大 합격

입력
200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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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모만 하고 다니던 아들을 이해해보려고 책이나 유인물을 읽어봤는데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어 아예 정식으로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습니다."1991년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던 이른바 ‘유서대필 사건’의 당사자 강기훈(40)씨의 어머니 권태평(70·사진)씨가 11일 성공회대 수시 2학기 모집에 최고령으로 합격, 내년부터 사회과학부 신입생으로 학교를 다니게 됐다. 성공회대는 "권씨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와 인권운동사랑방에서의 활동경력을 인정 받아 ‘NGO활동자 우수자 전형’ 케이스로 선발됐다"며 "국가가 하지 못한 민주화 운동에 대한 보상을 학교에서 먼저 시작하자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재학 중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한 권씨가 다시 공부에 뜻을 두게 된 계기는 아들 기훈씨 때문. 평범한 주부였던 권씨는 유서사건으로 투옥된 아들이 일하던 인권운동사랑방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권씨는 "그 곳에서 일을 하면서도 배운 것 없는 내가 과연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는지 늘 궁금했다"며 "체계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이 때부터 수백 번은 했다"고 말했다.

권씨는 99년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교육부 인가 교육시설에 입학, 졸업장을 따낸 뒤 2002년 마포구 염리동의 일성여고에 진학했다. 그는 "어린 학생들과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한 번도 학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을 정도로 정말 공부가 재미있었다"고 회고했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아들 기훈씨. 현재 IT관련 벤처회사에서 근무하는 기훈씨는 "저 때문에 시민운동가의 힘든 삶을 살아온 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대학공부의 뜻을 이루게 돼 무엇보다 기쁘다"며 "무사히 공부를 마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울 생각"이라고 전했다.

아들이 공부했던 것을 배우고 싶어서 사회과학부를 택한 권씨는 여성이나 노인에게 상담을 해주는 컨설턴트가 되는 게 다음 목표다. 권씨는 "이 나이에 대학생활을 하게 돼 설레면서도 걱정이 많다"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주어진 상황을 성실하게 헤쳐 간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형영기자 ahn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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