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파행 뒤 15일만에 다시 만난 한나라당과 이해찬 총리의 재격돌은 이뤄지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11일 속개된 국회의 통일·외교·안보 대정부 질문에서 이 총리에게 답변기회를 아예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한나라당 질문자들은 모두 이 총리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나타난 야당 관과 언론 관을 집중 성토했지만 이 총리의 답변을 요구하지 않았다. 앞서 의원총회에서 "이 총리는 정치적으로 파면됐다"며 이 총리를 철저히 무시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총리에게 해야 할 질문을 의도적으로 다른 장관들에게 돌렸다. 답변 기회를 얻지 못한 이 총리는 국무위원석에 앉아 멋쩍게 웃으며 한나라당의 공세를 바라만 봤다.
대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이 총리에게 가급적 자주 답변토록 해 엄호했다. 이 총리는 국가보안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소신을 적극 피력하면서도 야당을 자극하는 발언은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은 "14일간의 국회 파행은 총리의 막말 때문이었다"고 공세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총리를 비롯한 민주화운동을 한 집권세력이 오만과 독선을 드러내고 있다"며 "민주화 운동이 독재 면허권인가"라고 독설을 퍼부으면서도 답변을 허용치 않았다. 이방호 의원은 "시중에서는 이 총리가 집권 세력의 돌격대장 중 한 사람으로 ‘총대 총리’라는 말이 떠돈다"고 비난했고, 박성범·유기준 의원은 이 총리의 조속한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장영달 의원은 "지난 답변 과정에서 나온 총리 말 한마디가 섭섭하다고 국회가 보름동안 문을 닫았다"며 한나라당 의원들의 자성을 촉구한 뒤 "석고대죄하고 (국회를) 시작하자"며 단상에서 큰절을 했다. 같은 당 최성, 김성곤, 이화영 의원 등도 "단순한 발언 때문에 국회를 공전시킨 것은 잘못"이라며 역공을 폈다.
이날 대정부 질문을 지켜본 국회 관계자들 사이엔 "한나라당이 이 총리의 잘못을 철저히 따져 분명한 사과를 받아내지 않고, 외면하기만 한 것은 이 총리와의 논리 싸움을 두려워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나오기도 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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