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어제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창당 초심을 되새기며 거듭남의 결의를 다졌다. 우리당이 1년 전 불과 47석의 원내 제3당으로 출발해 창당 5개월 만에 치른 4·15 총선에서 원내 과반 여당으로 도약한 것은 정당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성공사례였다. 그러나 50%에 육박하던 당 지지도는 어느덧 반토막이 나서 20%대로 내려앉아 한나라당에 선두를 내주는 처지가 됐다. 총선 후 치러진 두 차례의 지방자치단체 재·보선에서 참패했고 이런 추세라면 내년 4월의 국회의원 재·보선서 과반의석이 무너질 수도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창당의 초심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제2창당의 도목수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이부영 당의장의 다짐이나 "오늘의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천정배 원내대표의 호소는 이 같은 위기를 염두에 뒀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우리당이 다시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는 집권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무엇보다 당내 리더십의 확립이 시급하다. 주요 현안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갈등하는 각 정파의 갈래를 튼튼한 동아줄로 꼬아내는 리더십이 작동하지 못하면 육중한 국정현안들을 해결의 마당으로 끌어낼 수 없다. 공천권과 정치자금 등 3김 시대의 정치수단이 사라진 지금 당내의 다양한 세력들을 상대로 통합의 리더십을 확립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로 여야 모두의 숙제다.
정책을 추진할 때 시급성과 중요도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하고 야당과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지혜와 정치력도 중요하다. 요란스럽기만 했지 우리당이 추진한 개혁의 성과가 미미한 것은 이런 능력의 결여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던가. 우리당 평당원인 노무현 대통령이 축하메시지에서 당부한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성공한 정당"은 단순히 반성과 다짐만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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