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신자들이 함께 북한에서 예불이나 예배를 올릴 날도 멀지 않았다. 불교계와 개신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과 예장통합 총회가 각각 북한지역에 사찰과 교회를 잇따라 건립할 예정이고, 내년엔 광복 후 처음으로 금강산에서 남북 기독교 신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합기도회가 열리면서 남북 종교교류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지금까지 교류가 종교 지도자들끼리의 접촉 위주였다면 앞으로는 일반 신자나 불자들끼리의 만남이 늘어날 전망이다.대한불교 조계종이 20일 금강산 신계사(神溪寺·강원 고성군 신북면 창대리)에서 봉행하는 대웅보전 낙성식에서는 남북한 불교지도자는 물론 양측 불자들이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난다. 조계종에서는 법장 총무원장 스님 등을 포함해 재가불자 300여명이 참석하고, 북측에서는 조선불교도연맹 박태화 위원장과 일부 불자들이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서는 남측에서 제작한 통일부처님 점안의식, 대웅보전 현판제막도 있다.
2007년까지 총 86억원이 들어가는 신계사 복원불사는 대웅보전에 이어 만세루, 칠성각, 수승전 등 11개 전각이 차례로 세워질 계획. 이 사업은 김일성 10주기 조문을 싸고 남북관계가 경색돼 대부분 민간교류가 중단된 상태에서도 북측이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 신계사복원추진위의 관계자는 "불사 완료후 사찰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서 아직 남북이 정확히 합의하지는 않았다"면서도 "1만2,000봉의 골마다 암자가 자리잡았던 불교 성지인 금강산에서 남북한 불자들이 부처님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독교 예장통합 총회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위원장 박광식 장로)가 평양에 건립하는 ‘평양제일교회’(가칭)도 내년 3,4월께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위원장 강영섭)과의 합의에 따라 평양시 청류동 평양대극장 앞 대동강변에 세워지는 이 교회는 300~400석 규모의 예배당이 딸려있다. 교회건설을 주도해온 박구룡 장로는 "지난 9월 건축비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여 평양, 평북, 용천, 함해 등 이북 4개 지역 출신 노회를 중심으로 8억원의 건립자금을 모았다"면서 "이제 업체 선정을 거쳐 물자를 구입해 전해주면 곧바로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예장통합 측은 지난해 평양 봉수교회 인근에 360평 규모의 신학교를 지어주기도 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가 조그련과 공동으로 2005년 5월23~25일 금강산에서 여는 남북교회기도회는 남북한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체가 주도한 첫 기도행사. 남측 신자들이 북한을 방문해 공동예배를 올린 적은 있지만, 양측이 공동주최하여 일반 신자가 참여하는 공식행사는 처음으로 ‘6·15공동선언 실천과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회 금강산 기도회’라는 제목으로 남북의 신자 500여명이 참석해 기도회와 찬양공연, 공동산행 등의 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를 준비 중인 김태현 목사는 "현재로서는 북측에서 선교활동이나 정기적인 종교집회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교회 대중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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