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은 지프(Jeep) 청바지 껌 등 미국 상품을 세계에 퍼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에는 6·25 전쟁으로 널리 알려진 상품들이다. 그 중에서도 4륜구동차량(4WD)인 지프는 전쟁이 끝난 뒤 인기가 더 높아진 대표적 상품이다. 4WD를 전쟁에 사용한 것은 독일이 먼저다. 2차 세계대전 초기 독일의 월등한 기동력에 당황한 미 국방부는 이 차량이 기동력의 원천임을 파악하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윌리스 오버랜드사의 4WD모델 ‘MB’로, 유럽을 비롯해 세계 각지의 전쟁터를 화려하게 누볐다.■ 이때 입찰경쟁에서 탈락한 포드는 중량을 줄인 G.P.(다목적이란 뜻의 general purpose의 약자)를 만들어 영국에 임대해 주었는데 후에 영국을 대표하는 4WD인 랜드로버를 탄생시키는 모태가 되었다. 지프의 어원은 포드의 G.P.에서 나왔다는 설과, 만화 뽀빠이에 등장하는 요술강아지가 내는 소리에서 땄다는 설이 있지만 윌리스 오버랜드사의 후신인 아메리칸모터스의 등록상표이기도 했다. 어쨌든 지프는 아메리칸모터스를 인수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브랜드로 아직도 살아 있다.
■ 2차대전이 끝난 뒤 참전용사를 중심으로 다목적 차량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한 4WD는 험난한 도로 주행능력을 갖춰 각종 레저 스포츠 등 용도를 넓혀가면서 레저 중심의 RV(recreation vehicle)와 스포츠가 주목적인 SUV(sports utility vehicle) 등으로 세분됐다. 개조하지 않고도 악천후와 비포장 도로를 달리는 능력을 갖춘 4WD는 베이비붐 세대가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주5일제 근무 확산을 계기로 인기차종으로 급부상했다.
■ 기아자동차의 4WD 소렌토가 최근 미국 북서부자동차기자협회(NWAPA)에 의해 ‘올해 최고가치의 SUV’로 선정됐다. 포르셰 렉서스 포드 랜드로버 등 4WD 명가의 17개 모델 중에서 종합평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4~5년 전 기아 스포티지의 파리-다카르 랠리 완주가 굉장한 뉴스로 보도되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 같은 일이다. 그것도 전쟁을 통하지 않고 단기간에 4WD 명차 대열에 진입시켰다니 말이다. 수렁에 빠진 우리나라를 견인할 4WD 어디 없소.
방민준 논설위원실장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