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글 것인가, 살 것인가. 최근 롯데마트 조사에 따르면 20~50대 주부 10명 중 4명이 "김장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김치 상품의 맛이 갈수록 나아지고, 인터넷으로 지역 특산 김치도 쉽게 살 수 있어 어떻게 보면 사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의견이다.그래도 손맛대로 담가 김치냉장고에 넣어두고 싱싱하게 먹는 그 맛을 어찌 포기할 수 있으랴. 김장을 직접 담그는 40대 주부와 사 먹는 20대 주부의 ‘실전 대결’을 통해 어느 정도의 비용에 어떤 별미를 맛볼 수 있는지 알아보자.
■담글까?-배추·무값 작년 절반 수준-절임배추 판매…인터넷주문도
20년 동안 한번도 김장을 거르지 않은 주부 이명숙(41·서울 송파구 석촌동)씨. 워낙 김치를 좋아하는 네 식구 가족을 위해 이씨는 매년 배추김치, 무김치, 동치미, 갓김치를 담근다. 동치미와 갓김치는 좀 더 날이 추워진 다음으로 미루고, 먼저 배추김치 20포기, 무김치 20개를 담그기 위해 하나로클럽 양재점으로 향했다.
11일 가격으로 배추와 무는 포기당 850원, 개당 700원으로 싼 편이다. 지난 해보다 절반은 저렴하다. "올해는 김장 담글만하겠어요." 이씨는 소금에 절여놓은 배추를 고른다. 이날부터 할인행사에 들어간 10㎏짜리(6~7포기) 절임배추가 9,500원으로, 값은 일반 배추보다 1.5배쯤 비싸지만 하루 종일 절이느라 들이는 품과 시간을 생각하면 오히려 싸다는 생각이다. 이씨는 쪽파와 갓을 4단씩 많이 넣는 편인데 올해는 쪽파를 2단 줄이고 미나리 2단을 넣기로 했다. 또 무를 적게 쓰는 대신 양파를 갈아 시원하게 하는 속 비법에 따라 양파 10개(3㎏)를 추가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양념 가격은 비슷하지만 채소 가격은 대부분 내렸다. 그래서 배추김치 비용은 11만5,940원, 무김치 4만4,130원, 합쳐서 16만70원이 들었다.'표 참조>
대부분 할인점은 18일부터 김장행사에 들어간다. 이마트의 경우 18~30일 채소와 양념거리(가격 미정) 외에 칼 도마 채반 밀폐용기 김치자르미 김장비닐백 등 용품을 30~50% 저렴하게 준비한다. 홈플러스는 18일부터 수도권 점포에서 김장 재료를 20~40% 싸게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18~25일 배추 100포기를 정상가보다 7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친환경 채소도 대량 준비했다. 하나로클럽은 18일~12월5일 김장행사와 함께 ‘김장 가이드북’을 무료로 나눠주고 김치냉장고 가습기 등 경품행사도 연다.
좀더 쉽게 김장재료를 장만하려면 인터넷으로 주문해보자. 두산 종가집(www.chongga.com)은 올해부터 절임배추(10.2kg, 3만7,000원)와 양념류(4.8kg, 3만5,000원)를 판매한다. 풀무원이샵(www.pulmuoneshop.co.kr)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고랭지 배추(3포기 6,000원)와 절임배추(10㎏ 2만6,000원), 양념류를 판다. 20일까지 주문을 받아 20, 24, 27일 배송한다. 아무래도 할인점보다는 비싸다.
이밖에 현대백화점 중동점은 12일까지 ‘제1회 김치페어’를 열고 팔도김치, 이색김치, 유기농김치, 북한김치 등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과 대한주부클럽은 12∼25일 ‘김치·젓갈 바자회’를 열고 새우추젓은 kg당 2만원, 명란젓 100g당 7,600원, 생굴무침 100g당 2,800원, 조개젓은 100g당 2,400원 등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16∼25일 ‘김장 재료 모음전’을 연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사 먹을까?-"노동비 감안하면 사는게 더싸" 입맛맞는 별미김치 주문할수도
결혼 2년차인 회사원 홍지혜(27·여)씨는 김장철만 되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 대형 할인점이나 시장에 가서 배추 사랴, 무 사랴, 젓갈에 고추에, 그런 재료를 다듬고 절이고 양념하고 보관할 것까지 생각하면 직접 김장을 담근다는 것은 엄두조차 나지 않는 일이다.홍씨 처럼 직장에 다니는 여성에게는 종류도 다양해지고 맛도 좋아지고 있는 포장김치가 큰 위안이 아닐 수 없다.
포장김치 시장은 두산 종가집 김치가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포기김치가 2만6,500원(5㎏), 총각김치가 3만2,000원(5㎏), 맛김치가 1만6,500원(3㎏) 등이다. 동원F&B 양반김치는 포기김치가 2만2,000원(5㎏), 총각김치가 1만5,300원(2.5㎏), 깍두기 3,500원(500g) 등이다. CJ 햇김치는 포기김치가 1만3,900원(2.5㎏), 썰은김치 6,300원(1㎏), 백김치 6,600원(1㎏), 동치미 1만800원(2.5㎏) 등이다.
포장김치의 일률적인 맛이 싫다면 내 입에 맞는 특별한 김장김치를 주문할 수 있다. 젓갈맛이 진하고 칼칼한 남도 김치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인 서울 김치, 멸치액젓을 쓴 김치, 새우젓을 사용한 김치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종가집은 내달 10일까지 주문을 받는데 10kg에 5만원으로 오히려 포장김치보다 싸다. 종가집 박재희 마케팅팀장은 "김장 재료를 사러 다니고 김장을 직접 담그는 노동 비용까지 감안하면 편리하게 김장김치를 주문해 먹는 것이 더 저렴하다"고 말했다.
사서 먹는 김치의 또 다른 장점은 직접 담그기 힘든 팔도의 별미를 모두 맛볼 수 있다는 점. 온라인 마켓플레이스 옥션(www.auction.co.kr)의 ‘김치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김치는 약 200여건. 그 중 순천, 전주, 태백, 이천 등 특정 지역명을 브랜드로 사용한 김치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인기가 높은 김치는 ‘전라도 순천 토종 김치’로, 옥션 전체 김치 판매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가격도 저렴해 배추김치 10kg 한 상자에 2만8,000원, 5Kg은 1만6,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이 같은 편리함 때문에 상품 김치 시장은 매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1인당 김치 소비량은 1998년 33kg에서 지난해 30.1kg으로 줄어들었지만 상품 김치 시장은 2001년 4,026억원에서 2003년에는 5,258억원으로 증가했다.
한편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www.dnshop.com)은 11월 ‘농협 초정 포기김치 10kg’(2만4,800원)을 36% 할인 판매하고 G마켓(www.gmarket.co.kr)도 이달 말까지 태백 고랭지, 전남 순천 등 산지 직송 김치를 최고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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