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가며 1등 하면 뭐하냐." "훈련이 아니라 고문이다."한국여자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6명이 훈련과정에서 상습구타와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코치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을 성토하는 글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와 연맹의 홈페이지에 쏟아지고 있다.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며 국민에게 환호와 자부심을 선사한 여자쇼트트랙 대표팀의 이면에 숨어있던 처참한 실상에 아연실색하고 있는 것이다.
체육계의 구타 시비는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았다. ‘체벌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2년전 프로야구의 한 감독은 선수를 나무라다 방망이로 머리를 쳐 여섯 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혔는가 하면 8월 아테네 올림픽 여자유도 코치는 선수에게 폭행에 가까운 동작을 하다 국제적인 빈축을 샀다. 지도자나 선수가 승부에 몰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쇼트트랙의 경우 워낙 좋은 성적을 내왔기 때문에 코치 등 일선 지도자들의 중압감도 그만큼 컸을 터이다. 그러나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몽둥이 찜질로 딴 금메달에선 명예도, 희망도 찾을 수 없다.
문제는 일부 체육인들도 고백하듯 "구조적으로 때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한국스포츠가 군대식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 소수의 국가 대표선수에 ‘올인’해 성적을 극대화하는 엘리트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내용보다 결과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성적 지상주의는 훈련장을 ‘폭력교실’로 타락시켰다.
첨단 스포츠 과학의 시대다. 체벌 없이도 성적을 낼 수 있는 지도 역량을 육성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성적이 부진해도 선전을 펼치고 스포츠맨십을 발현한 선수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자.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된 우리 선수들을 구하는 길이다.
김혁 체육부 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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