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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라파트가 남긴 팔레스타인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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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라파트가 남긴 팔레스타인 유산

입력
2004.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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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의 상징 야세르 아라파트가 마침내 알라 신의 곁으로 갔다. 그의 죽음이 가까울수록 놀랄 정도로 국제적 관심이 고조된 사실이 우리사회로 하여금 그의 국제정치적 위상과 팔레스타인 문제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한다. 40년 넘게 팔레스타인의 고난과 투쟁을 대표한 인물의 파란만장한 역정을 되돌아보는 차원을 넘어, 그를 20세기 국제정치의 대표적 풍운아로 만든 팔레스타인 문제의 본질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얽히고설킨 중동 문제의 연혁과 복잡한 현실에 비춰, 팔레스타인 문제가 어떻게 귀결될지는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난 역사의 흐름에 비춰 볼 때, 아라파트가 상징한 팔레스타인이 갈수록 뚜렷한 국제정치적 실체로 자리매김할 것은 분명하다. 아라파트가 당장 쓰는 일대기 차원을 넘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도 이런 긴 안목에서 가늠해야 할 것이다.

아라파트 생전의 가장 큰 업적은 팔레스타인의 저항투쟁이 역사적 인도적 명분이 뚜렷한 것임을 국제사회에 인식시킨 것이다. 그러나 크게 보면 강대국들이 적나라한 힘을 다투던 제국주의시대를 거쳐 세계대전 이후 세계와 중동을 전략적으로 분할한 구도에 정면도전한 것이다. 이스라엘 건국신화가 지배하던 시절과 오늘날 국제사회와 우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비교하면 이는 두드러진다. 그 과정은 지루하고 험난했으나, 그만큼 아라파트의 강인한 투쟁력과 정치적 역량은 돋보인다.

아라파트 이후를 전망하는 데도 이런 인식이 긴요하다. 아라파트의 부정적 면모와 후계다툼 등에만 관심을 쏟는 것은 편향된 중동문제 인식을 되풀이하는 것이다. 석유 등 우리 국익과도 긴밀하게 얽힌 중동문제를 바로 보려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및 열강의 움직임을 객관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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