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들이 의뢰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수임 계약을 강요하는 불공정 거래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래 전 무효로 판정한 약관을 그대로 쓸 뿐 아니라, 수임계약서 작성 자체를 기피하는 경우도 흔하다. 소비자보호원이 접수한 변호사관련 피해구제 신청에서 드러난 것이어서 변호사들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나 한심하고 개탄스럽다. 사회 정의와 법치 실현, 인권 옹호 따위를 변호사의 사명이라고 떠드는 것을 스스로 부끄러워 할 일이다.대표적 불공정 약관은 당사자 사망 등 어떤 사유가 생겨도 착수금을 반환하지 않는 조항이다. 또 소송 취하나 당사자간 화해로 사건이 쉽게 끝나도 성공보수를 최고 한도까지 받는 것이다. 수임업무가 끝난 소송서류와 자료는 한 달이 지나면 폐기할 수 있도록 정하기도 한다. 모두가 우월한 지위를 악용, 일반 계약 관행에 비춰 터무니없는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다.
변호사가 늘면서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부도덕한 변호사도 늘어나는 탓이 클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 업계와 단체가 말썽이 날 때마다 일부의 잘못으로 돌린 채 말로만 자율정화를 외친 책임도 크다. 그들보다 못한 업종에서도 널리 쓰는 표준약관 조차 만들기를 꺼리면서 사회적 책임과 자율 정화 등을 되뇌는 것은 위선적이다.
변호사 업계는 어느 때보다 정치사회적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법치와 정의 구현에 앞장 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다짐을 흔히 듣는다. 그러나 ‘법은 힘있는 자를 위한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이기적 행태에서 스스로 벗어나지 못한다면, 뿌리 깊은 불신을 씻기 어려울 것이다. 거창한 사회 정의를 말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불공정 거래관행부터 청산해야 한다. 법률가의 덕목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반 상거래 수준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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