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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신문법 위헌’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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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로의 언론보기]‘신문법 위헌’진실게임

입력
2004.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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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만들려는 ‘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신문법)에 대해 과점신문이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신문들은 시리즈나 기획기사로 신문법안의 문제점을 다루면서 위헌 요소에 주목했다. 무려 13곳에 위헌 요소가 있다는 분석(조선일보 3일자)과 시장점유율 제한관련 해외사례와 조사자료(중앙일보 9일자)를 제시했다.대통령 탄핵과 수도이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치면서, 우리사회에는 주요 쟁점에 관한 위헌 논란이 일상화했다. 신문법에 대한 불만을 감정적 논조로 펼치는데 한계를 느낀 과점신문도 위헌 요소를 지적하며 논리의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먼저 1개 신문 30%, 3개 신문 60%로 규정한 시장점유율 제한과 관련, 강제적 시장조정의 위헌성을 제기한다. 또 매년 말 언론기업의 재산상황공고 및 제출규정은 영업비밀과 경영 노하우 공개를 강제해 위헌소지가 있으며, 편집권과 독자권익위원회 관련조항 등도 보도와 논평에 영향을 주므로 위헌적 요소라고 지적한다.

과점신문의 주장처럼 신문법의 내용은 위헌 요소 투성이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과점신문이 위헌요소로 지적한 것들은 관훈클럽의 한국언론2000년위원회(위원장 정범모) 보고서 ‘한국언론의 좌표’가 제안한 내용에서 이미 상당부분 해명됐기 때문이다.

한국언론2000년위원회는 미국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던 1940년대에 활동한 허친스위원회를 모델로 했는데, 이 위원회가 낸 ‘자유롭고 책임있는 언론’ 보고서는 자유를 앞세웠던 미국 언론이 사회적 책임에도 눈을 돌리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다. 권영성 전 서울대 법대 교수, 이세중 변호사 등 다수의 저명 인사와 연구자들이 1995년부터 5년여의 작업 끝에 펴낸 보고서는 논란이 되고 있는 신문법의 위헌요소가 오히려 우리의 언론개혁에서 필요한 사항임을 제시했다.

먼저 시장점유율의 적용보다는 공정거래법의 철저한 적용과 시행을 강조했지만, 신문협회의 자율적 조정이 실패할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직접 통제가 불가피하다(101쪽)고 밝혔다. 둘째, 경영의 투명성이 실현됨으로써 부당거래행위는 물론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오·남용하는 행위를 배제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경영과 광고관련 주요자료를 공개하게 하고 위반할 경우 벌금을 부과하는 독일의 신문통계법과 프랑스의 사팽(Sapin)법 등 해외사례를 제시했다(102~103쪽). 셋째, 언론의 사주나 경영자가 사적 이익을 위해 언론권력을 동원하고 언론인을 반양심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개별 언론사들이 독자나 시청자의 불만처리장치를 만들어 시행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256~257쪽).

언론의 목적은 사실을 전달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다. 과점신문은 신문법안 내용의 문제점과 위헌 요소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유리한 사실에만 주목하며 자사의 이익을 방어하려 한 것은 아닐까. 국가나 신문사가 아니라, 독자가 중심에 서는 열린 논의로 신문법 논란의 진실에 다가서야 한다.

영산대 매스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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