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 교과서에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가 실렸다. 낙엽이라면 정말 나야말로 얼마나 많이 태웠던가. 할아버지가 계시는 사랑방의 늦가을 군불거리가 바로 낙엽이었다. 마당가에 서 있는 여러 그루의 감나무에서 떨어진 울긋불긋한 가랑잎이 바람에 망태가 뚫린 가을편지처럼 휘날렸다.그때 수업 시간에 그걸 배우면서도 ‘이 사람 어디 정말 제대로 낙엽을 태웠나, 아니면 글 한 줄 쓰기 위해 겉 멋으로 태웠나’ 하고 오히려 그 내용의 진위를 검증하려 들기도 했다. 그러다 ‘낙엽의 산더미를 모으고 불을 붙이면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해서 가는 연기가 피어오르고’라는 말에 ‘아이고, 선생님’ 했다.
낙엽은 아무리 잘 말려 태워도 그 양이 한 삼태기만 되어도 절대 활활 타는 법이 없다. 이게 정말 불이 붙었나 안 붙었나 의심이 갈 정도로 ‘속의 것부터 푸슥푸슥 타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낙엽 전문가가 이후에도 수많은 가을을 보내면서 낙엽 한 장 태워보지 못하고 산다. 도시의 삶이라는 게 낙엽은 흔해도 낙엽 한 장 태워 볼 공간도 상황도 여의치 않은 것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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