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부터 시작된 일본 기업의 기술보호주의 조짐이 심상찮다. 도시바는 8일 하이닉스 반도체가 자사의 낸드형 플래시 메모리 특허를 침해했다며 하이닉스 일본법인과 미주법인을 상대로 판매금지 및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이닉스는 "‘크로스 라이센싱’계약 갱신협상 과정인 만큼 자세한 사실을 확인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낸드 플래시메모리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고수하려는 도시바의 의도를 보면 쉽게 풀릴 일이 아니다.문제는 일본 기업의 특허공세가 큰 것만 따져도 올 들어 벌써 세번째라는 점이다. 후지쓰는 지난 4월 삼성SDI를 상대로 PDP(벽걸이TV용 화면) 특허침해 소송을 내 불과 2주 만에 도쿄세관의 통관보류 결정을 얻어냈다. 또 마쓰시타는 최근 LG전자를 상대로 PDP모듈 판매금지 가처분 및 통관보류 신청을 냈다. 이 같은 일본 기업들의 태도는 D램 반도체 LCD 등 핵심 디지털 첨단 기술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선두를 빼앗겼다는 ‘아픈 기억’을 되새기며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렇게 보면 한일간 특허전쟁은 이제 발발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이다. 한층 험악하고 격렬한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 기업들도 덩달아 이 전쟁에 뛰어들 태세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을 통해 "민간기업 차원의 분쟁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문제를 확대시킬 뿐"이라며 일본세관이 통관보류 문제를 신중하게 다뤄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추세인 만큼 특허분쟁에 대한 경계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기업은 원천기술 투자, 특허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예상되는 특허쟁점을 미리 선점하고 정부는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필요하면 상호주의의 칼도 휘둘러야 한다. 장사의 세계에선 정글의 법칙만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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