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의 막말로 빚어진 국회 파행 사태가 2주일 만에 정상화했다. 엊그제 이 총리의 ‘사의(謝意)’ 표명을 한나라당이 받아들인 결과다. 말 싸움 하나로 금쪽 같은 100일간의 정기국회 회기가 입은 손실은 컸다. 하지만 이제라도 회기를 재개한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 총리와 여야는 이번 사태가 초래한 국정 피해를 자성하고 다시는 소모적이고 소아적인 정쟁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때마침 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이 "산이 높으면 돌아가야 한다"며 국민과 여론을 존중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하니 반갑다. 독단과 독주의 일방 정치를 지양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고 이를 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걱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직 여야 간 갈등 관계가 근본적으로 개선된 것이 아닌데다, 특히 이 총리와 여당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이 흔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다는 사람이 구태여 알 듯 모를 듯한 ‘사의’라는 표현을 구사한 태도가 미덥지 못하고, 이로 인해 남은 회기 여당의 국회 운영에 대해서도 일말의 회의를 거두기는 어렵다. 가톨릭 원로 정의채 신부가 명동성당 강의에서 이 정권의 핵심세력을 향해 "무지 무경험 무능의 정치권력 지향적 386세대"라고 비판했다는데, 여권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다시 열릴 국회 앞에는 벅찬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수백 건의 민생법안과 예산 심의가 졸속으로 진행될 소지가 크다. 국가보안법 개폐 등 소위 4대 법안을 심도 있는 토론과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일도 중요하다. 여야는 민생경제에 시급한 현안부터 먼저 해결해 가야 한다. 여기에 4대 법안이 장애가 된다면 그 뒤로 미루는 것이 현명하고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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