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장관의 정례 브리핑이 진행된 10일 오전 외교통상부 2층 브리핑룸. 외신기자 10여명이 한 켠을 채웠을 뿐 국내 취재진은 대부분 참석하지 않아 휑한 분위기에서 브리핑은 짧게 끝났다. 출입기자들이 외교부의 사무실 출입 제한 조치에 ‘장관 브리핑 보이콧’으로 맞서는 바람에 빚어진 풍경이다.외교부는 지난 주 한 신문에 보도된 주한미군 관련기사가 보안유출에서 비롯됐다며 출입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취재를 원하는 경우에는 사전약속을 하고 안내를 받아 사무실 출입을 하도록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당시 "어떤 나라도 안보관련 기밀을 취급하는 외교부를 출입기자에게 무제한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의 조치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그러나 이번에 기자들의 출입을 일괄적으로 제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외교부가 행정편의를 위해 이번 보안 유출 사건을 계기로 슬그머니 언론의 취재활동에 제재를 가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국의 경우 외교안보관련 부처 등에서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제한을 하는 사례가 있긴 하다. 그러나 사무실 출입제한 조치는 당국자들의 ‘충실하고도 숨김없는 일일 브리핑’과 함께 실시되는 게 관례다. 미국 국무부의 정오브리핑은 내부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자세하고도 깊이 있게 이뤄진다.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면 대변인과 기자들간에 ‘학술 세미나’를 방불케하는 논쟁이 오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현안에 대한 브리핑을 자주 하긴 하지만 ‘수박 겉 핥기 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맹이 있는 브리핑을 할 수 없다면 외교부는 일방적인 출입 제한 조치를 조속히 풀어야 한다.
김정곤 정치부 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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