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도 제2의 ‘봄날’이 왔으면 좋겠어요."9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SBS 드라마 ‘봄날’의 제작발표회장, 긴 생머리에 검은 재킷차림으로 등장한 고현정(33)은 10년만에 연기자로 돌아온 까닭을 그렇게 에둘러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이혼으로 상처 입은 그녀의 복잡 미묘한 심사가 담겨 있는 듯 보였다. "첫번째 봄날은 어땠냐고요? 봄이 오고 꽃이 펴서 좋은가 그랬는데, 막 춥고 바람도 불고 그랬어요. 지난 10년간은 계속 그랬던 것 같아요. 그냥 지금은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 할 수 있을까 오로지 그 생각만 하면서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고현정은 200여명의 취재진에게 "여러 기자분들을 뵙게 되니 마치 몰래 데이트를 하다 양가의 허락을 받은 느낌 같다"며 "떠날 때는 매몰차게 떠났는데 돌아올 때 이렇게 반겨줘서 너무 고맙고 반갑다"고 말했다.
내년 1월8일 첫 방송하는 ‘봄날’(극본 김규완, 연출 김종혁)에서 고현정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지진희)와 그를 증오하는 이복동생(조인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섬 처녀 서정은 역을 맡는다. "김규완 작가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어요. SBS는 저한테는 다른 곳보다 굉장히 익숙하고 친숙한 방송사기도 하구요."
고현정은 여기에 ‘단서’ 하나를 더 제시했다. 그동안 드라마를 보면서 상대 역을 맡은 지진희와 조인성을 눈 여겨 봤다는 것. "지진희씨가 출연한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에서 김현주씨가 맡았던 역할이 되게 좋아서 혼자 집에서 흉내내 본적도 있어요. ‘발리에서 생긴 일’보면서는 조인성씨가 우는 연기할 때 ‘아 내가 저 앞에 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95년 ‘모래시계’를 끝으로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녀는 긴 공백이 꽤나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잘 할 수 있을까, ‘모래시계’를 많이 기억하고 계실 텐데. 그냥 그 기억을 계속 갖고 계시도록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 분들께 실망을 드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 많이 했어요. 그렇지만 너무 잘 하려고 한다든가 ‘한 번 뭔가 보여주겠어’ 그런 마음 정말 없고요. 그냥 여러분께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녀는 이번 복귀에 두 사람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절친한 친구이자 그녀가 소속된 기획사를 운영하는 가수 이선희, 또 한사람은 ‘모래시계’의 김종학 PD.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상의해 왔던 김종학 PD께서 이번에도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이선희씨도 마침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어 제가 도와달라고 했죠."
고현정은 "이젠 더 자유롭게 인사 드리고, 제 소식 궁금해 하시는 분들 있으면 알려드리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는 게 좋지 않나 한다"고 했다. ‘모래시계’의 히로인에서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했다, 이제 다시 탤런트로 돌아온 고현정. 그녀가 우리에게 보여줄 새로운 모습은 과연 어떤 것일까?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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