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에 과일 그림 액자 하나가 안방과 사랑 사이의 건넌방에 걸려 있었다. 우리들이 잠자는 방이었다. 사과와 배와 포도와 귤과 감과 바나나가 한 바구니에 담겨 있고, 주변에도 흩어져 있는 그림이었다. 과일 종류로 보자면 국적 불명의 ‘이발소 그림’이었다.그 중에 내가 궁금했던 것은 반으로 자른 귤 그림이었다. 그때까지 나는 귤을 본 적이 없었다. 사과나 배나 감은 반으로 잘라도 매끈한 단면이 드러나는데, 대체 저 귤이라는 과일은 어떤 나무에서 열리는 것이길래 껍질 안에서 다시 누가 칼로 자른 듯 여러 쪽으로 나누어져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원래 그렇다고 했지만 그런 설명으로 잠잠해질 내가 아니었다. 나는 왜 원래 그런 거냐고 다시 집요하게 되물었다. 그런 나에게 그것을 가장 명쾌하게 설명해준 사람은 그 역시 귤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열 살짜리 작은형이었다.
"밤도 한 껍질 안에 두 쪽이 든 쌍둥이 밤이 있잖아. 저것도 그런 걸 거야. 귤은 귀한 거니까 여러 사람이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라고."
아하, 그제서야 나는 그것을 이해했다. 지금도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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