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의 주식투자와 의결권 행사 문제를 놓고 삼성과 SK의 경제연구소장들 간에 설전이 오갔다.9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연기금 주식투자 허용’에 관한 토론회에서 정기영 삼성금융연구소 소장은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는 제한적·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소장은 "연기금 의결권은 허용하고, 이보다 훨씬 자유로운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은 제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연기금이 기업경영에 간섭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대안은 상장폐지 뿐"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삼성생명의 계열사 의결권이 제한되는 가운데, 삼성 계열사에 대한 연기금의 경영간섭이 커질 수 있다는 삼성측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박우규 SK경영경제연구소 소장은 "연기금의 자유로운 주식투자를 허용하고, 투자 대상을 우량기업에 집중시켜 국내기업의 체질 개선을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며 정 소장과는 정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SK㈜에 대한 소버린의 인수합병 시도를 사례로 들면서 "주가차익과 배당 등으로 외국자본으로의 국부유출이 엄청나다"며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가 중장기 투자를 통해 한국경제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계안 열린우리당 의원은 정기영 소장 발언에 대해 "나도 소위 재벌이라는 데서 자식에게 주식 나눠주는 것도 기획해 봤지만, 재벌이 모든 회사에 대해 지배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 아니고 선택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반해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연기금이 ‘백기사’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SK그룹의) 회장을 바꾸는 호랑이 새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며 박우규 소장 발언을 반박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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