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럼스펠드(사진) 미 국방장관이 8일 오후 국방부 청사 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1월 2일 대선 전 선거운동이 한창일 무렵 럼스펠드 장관의 모습은 기자 회견장은 물론 TV 화면에서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지난해 3월 미군의 이라크 공격 당시 거의 매일 회견을 열어 전황을 설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를 두고 대선을 의식한 의도적 ‘잠수’라는 소리가 돌았었다. 자신의 등장으로 공연히 악화하고 있는 이라크 상황을 상기시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표를 떨어뜨릴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이날 회견은 표면상 럼스펠드 장관이 1기 부시 정부 출범이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미군 전력 재편에 관한 현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미 대선 이후 처음 열리는 회견인 데다 미군의 팔루자 대공세가 겹쳐 관심은 그의 거취 문제와 이라크의 현 상황에 쏠렸다. 럼스펠드 장관은 부시 2기 내각에서 종래는 물러나겠지만 당분간은 남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당장 퇴임하면 이라크 아부 그라이브 교도소 포로학대 사건의 책임을 다 뒤집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군 구조 개편의 완성과 이라크 치안 안정을 명분으로 유임 운동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럼스펠드 장관은 2기 내각 참여 여부를 묻는 첫 질문에 "대선 이후 부시 대통령을 2, 3번 만났지만 완전히 다른 주제였고 연임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해 연막을 쳤다. 그러나 그는 미군 재편과 관련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해 내심의 일단을 비쳤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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