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당 노회찬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지금 데모할 국민이 천만명쯤 된다"는 한 국무위원의 말을 소개하며 민생을 외면하고 정쟁에 빠져 있는 정치권과 노무현 대통령을 질타했다. 요식업소 주인들의 솥단지 시위, 추수해야 할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은 농민, 우유를 길바닥에 쏟아버리는 성난 축산인, 임금체불에 항의해 분신을 시도한 건설노동자 등등 민생현장에선 이대론 못살겠다는 비명이 끊임 없이 이어져 왔다. 그런데 대통령과 집권여당, 그리고 한나라당이 도대체 그들을 위해서 무엇을 했느냐는 힐난이다.노 의원은 특히 "간과 쓸개를 떼어놓고 대통령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며 누구보다도 노 대통령이 민생을 챙기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을 촉구했다. 민생비상 시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이끌어 내야 할 대통령이 일개 정파를 대표해서 정쟁에 앞장서야 하겠느냐는 통렬한 비판으로 해석된다.
그 동안 노 대통령과 우리당은 이 사회의 보수세력과 한나라당이 정권을 담당하고 있는 자신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자신들을 친북좌파로 몰아붙인다고 항변하는 데 시간과 정력을 소진해 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을 정하고 뚜벅뚜벅 실천해 가는 것이다. 자신들의 정책을 왜곡하고 발목을 잡는 사람들이 있다면 노상에서 갈 길을 멈추고 왜 발목을 잡느냐고 삿대질 막말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슬쩍 피해가는 요령과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닌가.
행정수도 이전 등 불급한 논란에 임기 초반을 낭비한 것도 그렇지만 분권형 국정운영 강화 등 정치적으로 가연성이 강한 이슈를 자꾸 띄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은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에서, 총리는 총리 자리에서, 여당은 여당 자리에서 민생 비상 현안 해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다. 어제 이해찬 총리가 국회 장기파행을 부른 자신의 한나라당 폄하 발언에 유감성명을 발표한 것이 그런 각성의 출발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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