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국민체육진흥공단간의 난지골프장 운영권 법정 다툼에서 체육진흥공단측이 승소함에 따라 골프장 개장에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이번 판결이 최종 확정되면 공단측이 20여년간 운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가 이에 반발, 항소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져 자칫 개장이 1년 이상 더 연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프장 개장 ‘청신호’밝혔나? =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창석 부장판사)는 9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지난 7월 서울시를 상대로 낸 ‘시립체육시설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무효확인소송에 대해 "서울시가 지난3월 공포한 난지골프장 관련조례는 모두 무효" 라며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골프장의 운영권은 20년동안 공단측으로 귀속되고 그린피 ‘상한선’도 서울시가 규제할 수 없게 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난지도 골프장은 공공시설로 사용이 예정돼 있지만 원고가 골프장 조성에 들인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의해 독점적 사용, 수익권리가 설정된 기간에는 공공시설 용도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서울시는 이 기간에 난지도 골프장이 공공시설임을 전제로 조례를 제정할 권한이 없다"며 "공단은 시와의 협약에 따라 사용수익 권리가 소멸할 때까지 등록 체육시설업자로 골프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공단측은 "서울시가 판결에 승복해 체육시설업 등록을 받아주면 곧바로 골프장을 열 수 있다"며 "법정 공방을 앞두고 서울시 관계자와 구두로 어느쪽이 이기든지 법의 판결을 따르기로 했었다"고 전했다.
◆ 시, 항소 때는 전망 불투명 = 하지만 서울시는 내심 법원 판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당초 2001년 공단과 골프장 건설 및 운영계약 체결 때 ‘암묵적으로’ 골프장을 공공시설로 운영한다는 합의를 해 시가 골프장부지를 공단에 무상으로 빌려주었다는 것이 서울시의 주장이다. 때문에 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체육시설업’ 운영을 가능하게 판결한 것은 부당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체육공단이 골프장 조성에 들인 비용을 회수할 때까지 20년간 골프장을 영업할 수 있게 한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운영권이 체육공단에 넘어가면 공단측이 투자비를 단기간에 회수하기 위해 그린피를 마음대로 올릴 가능성이 높고, 이는 서민 골프장 조성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고문 변호인단으로부터 법률자문을 받은 뒤 법리가 맞지 않다면 일주일 이내에 항소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럴 경우 골프장 개장은 또 다시 안갯속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서울시는 2001년 월드컵공원내 노을공원 부지 중 22만㎡(6만6,550평)에 연습장을 갖춘 9홀(파36)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짓기로 하고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부지를 무상 임대했다. 그러나 150억여원을 들여 골프장을 완공한 공단측이 3만원의 비싼 그린피를 책정키로 하자, 서울시가 공공시설로 개장하겠다며 반발해, 결국 법정공방에까지 이르렀다. 한편 공단이 마포구청을 상대로 낸 ‘난지골프장 체육시설업 등록거부 취소소송’은 이달 말께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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