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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특허전쟁 불붙었다/ PDP이어 반도체까지 日 '깊은 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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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특허전쟁 불붙었다/ PDP이어 반도체까지 日 '깊은 태클’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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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전자업계 간 특허 분쟁이 전면전으로 번지고 있다.올들어 일본 후지쓰와 마쓰시타가 각각 삼성SDI와 LG전자를 겨냥해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특허 공세를 펼친 데 이어 도시바가 9일 하이닉스 반도체를 상대로 플래시 메모리 특허 공세에 나섰다. PDP 분야에서 촉발된 한일 전자업계간 특허분쟁의 전선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문가들은 한국 전자산업의 성장에 위협을 느낀 일본 전자업계가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견제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면서 업계와 정부의 공동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 플래시 메모리 시장 후발주자 견제용 = 플래시 메모리(Flash Memory)는 전원을 끄면 정보가 사라지는 D램과 달리 전원을 끊어도 데이터가 없어지지 않는 반도체.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에 사용되면서 지난해부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사실 플래시 메모리 사업은 도시바가 먼저 시작했으나 뒤늦게 뛰어든 삼성전자가 거세게 추격, 지난해 점유율 21%로 세계 시장 1위를 차지했다. 도시바는 14%로 4위로 처졌고, 하이닉스는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자 올 초부터 양산에 들어갔다.

올 3·4분기 기준으로 하이닉스 매출에서 플래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7% 정도로 금액으로는 1,0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하이닉스가 도시바 주장대로 특허료를 지불한다 해도 미미한 금액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도시바의 특허 공세에 대해 로열티 챙기기 보다는 새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하이닉스를 겨냥한 사전 견제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한마디로 후발주자 고사작전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하이닉스 본사와 미국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범위도 D램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을 들어 파장 확산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성공한 하이닉스로서는 이번 소송이 경영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도시바와 1996년 7월 반도체 특허 등과 관련된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했다가 2002년 말 만료된 뒤 계약 갱신 협상을 하고 있던 중"이라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업계, 정부 공동대응 나서야 = 올들어 한일 전자업계 사이에 발생한 특허분쟁은 모두 3건. 삼성SDI와 후지쓰의 PDP 특허분쟁은 협상으로 마무리 됐지만 LG전자와 마쓰시타의 PDP 특허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한일 특허분쟁의 이면에는 "한국업체의 추격을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일본 전자업체의 절박함이 깔려 있다.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PDP, 액정표시장치(LCD) 등에서 후발 주자인 한국 업체들이 단기간에 일본 업체들을 누르고 시장을 차지하자 위기를 느낀 일본 업체들이 특허권을 앞세워 조직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 일본 특허청은 5월 ‘휴면(休眠) 특허’라도 꼬박꼬박 로열티를 챙기고 특허권 무단 사용행위에 대해서는 적극 소송을 제기할 것 등을 주문하는 내용의 특허 관련 지침을 마련, 자국 전자업체에 전달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전자업계에서 휴면특허는 이미 공개된 것이나 다름없는 기술인데도 이에 대해 특허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후발주자를 겨냥한 전면전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또 샤프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중요한 제조기술은 아예 특허를 출원하지 않고 꼭꼭 숨겨두는 이른바 ‘블랙박스’ 전략을 쓰고 있는 것도 한국의 발빠른 추격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샤프는 CG실리콘 기술을 비롯해 LCD TV의 핵심 기술을 사내 블랙박스에 저장하고 있으며, 마쓰시타도 핵심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특허출원 포기는 물론 내부 직원의 접근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결국 일본 업체들은 핵심 기술은 꽁꽁 숨겨두는 가운데 PDP, 플래시 메모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첨단 분야에서는 특허권 시비를 계속 걸어올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첨단 전자분야에서 일본의 한국 견제가 특허소송이라는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이 상대적 우위에 있는 제조·공정 분야의 핵심 기술을 특허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특허전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가 공동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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