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국무총리가 9일 사의 표명을 함으로써 국회 파행의 해결 단초를 제시했다. 13일간의 국회 파행 속에서 이 총리가 얻은 것도 있었지만 잃은 것도 적지 않았다.우선 이 총리는 여권내 개혁세력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 총리가 지난 달 28일 국회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당"이라고 각을 세웠을 때는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위헌결정으로 현 정부가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때문에 일부 친노 네티즌은 이 총리를 향해 ‘차기 대권 주자’라고 추켜세우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로부터 더욱 확고한 신뢰와 신임을 얻는 계기도 됐다. 그 동안 "노 대통령 혼자 정무수석도 하고 당 대표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사안에서 노 대통령이 홀로 나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 총리는 온 몸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으며 노 대통령에 대한 엄호를 했고 청와대는 그런 이 총리에 한없는 고마움을 갖게 됐다.
그러나 그는 취임 이후 어렵게 쌓아온 합리적’이미지를 일순간에 날려보내야 했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노 대통령도 모자라 총리마저 막가는 것이냐"는 비난이 적지 않았다. 이 총리가 ‘차떼기’등의 거친 발언을 한 데 대해 여권 내에서조차 "이 총리가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 생각보다 거친 말이 나온 것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두고두고 이 총리의 ‘자기조절’ 능력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총리의 정치력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일정 시점 후에는 ‘대승적 결단’을 통해 상황을 타개해 가는 ‘통 큰’ 정치가 필요했지만 이 총리는 오로지 "한나라당이 먼저 사과하라"며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모습만 보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항상 참모로서만 행동해온 이 총리가 ‘주연급 정치’에 익숙하지 않은 듯 하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번 사태해결과정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측과 갈등양상을 보인 것 역시 부담이 될 것 같다. 특히 한나라당과 깊은 원한을 형성했다는 점은 대국회 관계의 차질 등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고주희기자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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