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사건을 수임할 때 이미 공정거래위원회가 무효라고 결정한 약관을 버젓이 사용하거나 아예 서면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는 등 변호사 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한국소비자보호원은 9일 "2001년 이후 접수된 변호사 관련 피해구제 사건에서 약관 64개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 불공정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대상 약관 중 1개를 제외한 모든 약관은 ‘사건 당사자의 사망 등 어떠한 사유가 발생해도 이미 지급한 착수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는 ‘착수금 불반환 조항’을 두고 있었다. 59개(92.8%) 약관은 ‘청구포기, 소 취하, 화해 등으로 사건이 종결됐을 경우에도 성공 보수 최고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성공 간주 조항’을 포함하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두개 조항에 대해 1999년과 2002년 무효라고 결정한 바 있다.
약관 양식도 대등한 당사자 간 계약이 아닌 의뢰인의 각서 형식을 띠고 있었는데, 55개(85.9%) 약관은 의뢰인을 ‘본인’, 변호사를 ‘귀하’로 표현하고 의뢰인과 연대보증인만 서명토록 했다. 또 소비자보호원에 변호사 관련 피해를 접수한 상담자(301명)를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299명 가운데 사건을 위임하면서 서면계약서를 작성해 받았다고 답한 사람은 34.8%(104명)에 불과했다.
소보원은 변호사 업계에 변호사와 의뢰인을 대등한 당사자로 규정하는 공정한 표준약관을 제정해 사용토록 요청하고, 변호사법에 서면계약서 작성·교부 의무를 명문화할 것을 법무부와 대한변호사협회,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요구키로 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공정위가 무효 의결한 변호사 약관 조항
▦착수금 불반환 - 당사자 사망 등 어떠한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착수금은 반환 청구할 수 없음
▦성공간주 - 청구포기, 소 취하, 화해 등과 같이 종료된 경우에도 성공으로 보아 성공보수 최고액을 지급해야 함
▦자료보관 책임 - 서류와 자료는 위임사무 종료 후 1개월 경과하면 임의 폐기할 수 있음
▦관할법원 - 위임계약상의 소송은 변호사사무실 소재지 법원을 합의관할 법원으로 함
▦조정청구 - 위임계약상의 분쟁 발생시 지방변호사회의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청구해야 함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