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75)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부인 수하 알타위(41·사진) 여사가 요동치는 팔레스타인 정국에서 태풍의 눈으로 부상했다.지금까지 정치와 거리가 멀었던 그가 갑자기 팔레스타인의 진로를 결정할 열쇠들을 쥐게 된 것이다.
수하는 의식 불명인 아라파트의 인공호흡기를 떼고 사망시점을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아라파트의 조기사망을 바라는 후계자들의 야망에 제동을 걸고, 반대그룹이 세력을 구축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무엇보다 수하는 병원에서 아라파트와 면담할 사람과 시기를 직접 결정하고 있다. 따라서 수하는 자신이 기피하는 인사를 멀리한 채 아라파트의 의중과 유언을 빌어 직접 후계구도에 개입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수하 여사간 최근 불화도 이런 각도에서 이해되고 있다. 수하 여사는 포스트 아라파트의 쌍두마차인 아흐메드 쿠레이 자치정부 총리와 아흐마드 압바스 전 총리가 7일 문병 계획을 밝히자 "이들이 살아있는 남편을 생매장하려 한다"며 이를 막았다. 쿠레이 등이 아라파트에게 사망선고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편으로 수하는 쿠레이 등이 남편의 정치적 유산을 공짜로 상속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하의 반대를 무릅쓰고 8일 프랑스에 도착한 쿠레이 총리 등은 조만간 아라파트를 문병하고 병원측으로부터 병세를 상세히 브리핑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는 팔레스타인의 지도부가 아니며, 정치에 개입할 자격이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1990년 27살의 나이로 아버지 뻘인 아라파트와 결혼한 수하는 팔레스타인에게 존경받는 퍼스트 레이디는 아니다. 그는 2001년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건 봉기(인티파다)를 일으킨 뒤 프랑스로 떠나 안락한 생활을 해왔다. 그는 남편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나 소르본 대학에서 유학한 그는 1995년 아라파트 수반과의 사이에서 딸 자흐와를 낳았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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