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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60> 민중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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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260> 민중당

입력
2004.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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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1월10일 진보정당 민중당이 창당됐다. 상임대표위원 이우재, 정책위원장 장기표, 사무총장 이재오. 이 민중당을 제3공화국 시절의 민중당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제3공화국 의 민중당은 1965년 6월에 발족해 67년 2월에 해체된 보수정당으로, 크게 보아 지금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다. 14년 전 오늘 51개 지구당 2천 여 명의 당원으로 출발한 진보정당 민중당은 91년 지방선거에서 42명이 출마해 한 명의 당선자를 냈고, 92년 14대 총선을 앞두고 한국노동당창당준비위원회와 통합해 몸을 불렸으나 이 선거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해 해산됐다.민중당의 해산은 6·25전쟁에 치여 기력을 잃은 한국 진보정당 운동이 다시 한 번 좌절하는 순간이었다. 6·25 이후 남한에서 처음 진보정당의 깃발을 치켜든 이는 조봉암이었다. 그러나 조봉암의 진보당은 이승만 정권이 그를 간첩으로 몰면서 이내 와해됐다. 4·19혁명이 만들어낸 자유의 공간 속에서 사회대중당·한국사회당·사회혁신당·통일사회당 등 진보정당들이 태어났지만 5·16군사반란으로 모두 해체됐고,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 진보정당들은 간첩사건의 외피가 아니면 군사독재 정권의 외교적 필요에 따른 정치적 장식물로서만 이름을 드러냈다.

1987년 6월항쟁 뒤 정치적 민주화의 진전과 함께 진보정당 운동에 대한 법적 제재는 크게 완화됐으나, 수십 년 동안의 냉전반공체제가 시민들 몸에 깊이 새겨놓은 보수적 습속은, 새로운 정치세력에게 진입 장벽을 높게 쳐놓은 선거법의 불리와 어우러져,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민중당의 전신이라 할 민중의 당과 한겨레민주당이 단명한 것도 선거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었다. 지난 4·15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열 명의 당선자를 내며 5·16 이후 진보정당으로서는 처음으로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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