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과 팝 경계서 자연스러움 찾아""소속사 계약문제도 매듭짓고 음반도 준비하다 보니 3년 만에 찾아 뵙네요."
가창력과 작곡실력을 겸비한 박기영이 5집 ‘비 내추럴’(Be Natural)로 돌아왔다. 97년 ‘기억하고 있니’로 범상치 않은 데뷔식을 치른 그는 4집 ‘프레즌트 4 유’(Present 4 You)이후 활동을 중단하기까지 모던 록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음반을 못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자연스럽게 곡이 우러나오지 않아,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을 듯한 두려움 때문에 괴로웠습니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그는 넘어지고, 울부짖고, 환호하며 음반작업을 했다. 13곡 중 자신이 작곡한 노래만 7개. 나머지 곡들도 작사 등에 참여해 그의 손을 타지 않은 곡이 없다. 3년간의 숙성과정을 거쳐 나온 이번 음반은 러브홀릭의 베이스기타 연주자 이재학이 프로듀싱을 담당했다. 4년 전 4집 작업을 위해 처음 만났던 그와는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싱어 송 라이터의 곡을 빛나게 해주는 편곡 실력과 음반 전체를 꿰뚫어보는 능력이 대단하다"고 이재학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같이 작업하면서 많이 싸우고 틀어지기도 했다고. "음악적으로는 록과 팝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걷는 음반이죠. 가사는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점들을 담았습니다. 음반 이름인 ‘비 내추럴’에 맞추어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음악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타이틀 곡 ‘나비’는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야 해 내 마음을’이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모던 록. 내지르는 듯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단번에 귀를 사로잡는다. 친구가 되어버린 옛사랑을 노래한 ‘피아노 앞에서’와 ‘마이 페이보리트 송’(My Favorite Song)은 잉잉거리는 첼로 소리와 애절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짙은 애상을 드러낸다.
이승열과 듀엣으로 부른 ‘머시’(Mercy)는 두 남녀의 나른한 목소리가 끝모를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승열이 누구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국보급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비장감 어린 목소리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이죠. 해외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사람입니다."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제작자와 가수의 권익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안타깝다는 박기영은 지독한 음반시장 불황 속에서도 음악 팬들의 수준이 높아져 다행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좋은 음반을 직접 사서 듣는 기쁨과 즐거움을 계속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