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팔루자 대공세 개시 이틀째인 9일 미군은 해병대를 앞세워 북부 철도역을 장악한 뒤 치열한 시가전을 벌인 끝에 도심에서 1㎞ 지점까지 진격했다.이날 새벽 ‘여명 작전’(Operation Dawn)으로 팔루자에 진입한 미군은 탱크와 전투기 지원 아래 건물들을 무너뜨리며 전진, 정오께 도심 인근의 중앙로까지 진출했다고 미군 고위관계자와 현지 소식통을 인용,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의 성패가 민간인 피해 여부에 달려있다고 분석했다. AFP 통신은 1만여명의 팔루자 민간인이 저항세력에 가세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임무는 어려운 것이며 시간이 걸리겠지만 임무 완료 전 공격 중단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팔루자 내 저항세력을 소탕할 때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미군은 저항세력 46명을 사살하고 미군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8일 유프라테스강 다리를 장악해 서쪽 탈출로를 봉쇄한 뒤 북쪽에서부터 주력 부대를 투입했다.
알 자지라방송은 "서북부 졸란 지역에서 미군 탱크 2대가 파괴돼 화염에 휩싸이는 등 가장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으며 저항세력은 모든 수단을 다해 항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항세력은 동북부 아스카리 지역에선 7개의 석유 저장탱크를 폭발시키며 항전했다.
미군은 지상군 전개에 앞서 8일 오후8시께부터 9일 새벽4시까지 F-16, C-130 등 전투기와 탱크를 동원해 저항세력의 방어시설을 맹폭했다.
이날 전투에 투입된 미 해병 1원정대 3연대 3대대 등에선 "저항세력의 저항에 점점 약해져 경미한 피해만 입고 작전 목표를 완수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그러나 미군 지상군이 탱크와 헬기, 헬파이어 미사일을 장착한 무인정찰기 MQ-1 프레데터의 강력한 화력 지원 속에 움직이고 있어, 저항세력이 숨을 고르며 미군을 도심으로 더 끌어들인 뒤 반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000명 안팎으로 추산되던 저항세력 상당수가 이미 탈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돌고 있다.
한편, 이라크 전역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감행됐다. 9일 바그다드 인근 바쿠바 경찰서에 저항세력이 난입해 경찰관 45명을 사살했고, 8일엔 바그다드 교회 2곳에 자폭테러가 가해져 최소한 3명이 죽고 40여명이 다쳤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바그다드 외신=종합
■美軍, 병원 우선 점령 왜
미군이 팔루자 대공세에서 첫번째 공격목표로 삼은 것은 팔루자 종합병원이었다. 미군은 8일 팔루자 서부의 이 병원에 먼저 진격한 뒤 병원 내부에 이라크 정부군을 투입해 의사와 병원직원들을 제압하도록 했다.
도시를 공략하면서 시청이나 군사시설 등이 아닌 병원을 최우선으로 점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럼에도 미군이 병원부터 확보한 것은 심리전과 여론선전전이 작전 성공의 관건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9일 "미군이 팔루자 종합병원을 공격한 것은 병원이 민간인 사상자 등에 대한 정보를 외부에 제공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군도 공격 뒤 성명을 통해 "저항세력이 병원을 장악한 뒤 의사들에게 선전활동과 거짓 정보 제공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지난 4월에 대공습후 팔루자에 진격하려 했으나 국제여론 때문에 3주만에 중도 포기해야 했다. 당시 ‘민간인 1,000여명 사망’이라는 미확인 뉴스를 전파한 진원지가 팔루자 종합병원이었다. 당시 이 병원에서는 폭탄 등에 부상한 어린이의 사진 등이 전 세계로 유출됐다. 그러나 병원 점령은 또다시 비인도적이라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팔루자의 한 이라크인 의사는 "곳곳에서 구난 요청을 받고 있는 데도 미군이 구급차까지 압수하고 의료진의 발을 묶어놓았다"고 주장했다.
안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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