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총리의 9일 사의(謝意)표명으로 13일째 이어지고 있는 국회파행 사태가 종지부를 찍을 것 같다.한나라당은 10일 의원총회에서 등원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대세는 등원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이 총리가 비록 한나라당을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사과한다는 뜻을 밝힌 마당에 더 이상 버텼다간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당 일각에는 파면권고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이의 처리를 위해 등원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으나, 전여옥 대변인은 "우리는 큰 정치를 할 것"이라고 말해 무조건 등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론 한나라당이 등원 후 여당의 이른바 4대 개혁법안 강행처리 가능성에 부담을 갖고 있고, 당내 역학구도가 복잡한 게 사실이어서 10일 의총에서 예상 밖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도 희박하지만, 남아 있다.
그러나 국회가 정상화하더라도 여야대립이 종식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훨씬 격렬한 형태의 장내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4대 개혁법안을 필두로 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재벌기업의 출자총액문제를 다룰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여야의 정면 충돌을 부를 메가톤급 쟁점 현안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당은 올 정기국회에서 4대 개혁법안을 무슨 일이 있어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신행정수도이전법안이 헌법재판소에 의해 좌초된 만큼 4대 법안에 대한 절박감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하지만 당 내에선 국가보안법의 경우 민노당 및 민주당과 연대해 다수결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파와 여야 조율을 거쳐야 한다는 안개모 등 온건파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에 반해 한나라당은 4대 법안이 여당 안대로 통과될 경우 당 정체성의 손상은 물론 지지기반인 영남 보수층의 반발로 당 내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 필사 저지를 외치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 회담에서 "여당이 4대 법안을 단독 강행처리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한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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