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국악관현악단이 연주를 했다 하면 빠지지 않는 인기곡에 사물놀이협주곡 ‘신모듬’이 있다.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56)씨의 작품이다. 이 곡 뿐 아니라, 그의 작품 상당수가 국악관현악단의 필수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그는 재주와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다. 다작으로도 유명하다. 국악관현악 외에 마당놀이·창극·음악극·무용음악·협주곡·실내악·독주곡·불교음악 등 장르도 다양하다. 1979년 국내 첫 민간 국악관현악단인 중앙국악관현악단을 만들어 국악관현악 대중화의 물꼬를 텄고, 91년 한·중·일 민족악기 악단인 ‘오케스트라 아시아’를 창단해 이끌고 있다. 서울국악예고 이사장을 맡아 국악유치원과 국악중학교를 설립했고, 중앙대 국악대학과 국악교육대학원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해내니 국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힐 수 밖에.
그가 국악과 함께한 소리인생 40년을 맞았다. 11일 오후 6시 센트럴시티 6층 밀레니엄 홀에서 열리는 ‘소리 연(緣) 40주년 기념의 밤’ 운 제자들이 마련한 헌정음악회. 그의 대표작을 연주하는 자리로, ‘소리 연’은 그동안 만난 수많은 명인과 각 분야 예술가 등 고마운 인연들 덕분에 자신의 오늘이 이뤄졌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때맞춰 자서전 ‘소리연’(경향신문사 발행)도 나왔다. 그의 작품을 총정리한 40여장 분량의 CD 전집도 올해 안에 마무리된다. 음악회날 1차분 23장이 나온다.
그의 소리인생은 열 여섯 살 때 동네에 들어온 남사당패 풍물가락에 반한 것이 시작이다. 경기 양평의 중학교 밴드부에서 트럼펫을 불던 시골소년은 남사당패 꼭두쇠의 권유로 서울 남산에 있던 국악예고로 진학, 쟁쟁한 명인들을 사사하며 음악가로 자랐다.
중앙대 부총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학교 일에 붙들려서 작곡할 시간이 없어 큰 일"이라며 창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강조했다. "음악 발전의 토대는 창작입니다. 오페라든, 뮤지컬이든, 창극이든, 무용이든,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당장은 내년 오케스트라 아시아가 연주할 곡을 하나 쓸 것이라고 한다. 여전히 열혈청년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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