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26·서울 S대 정외과 4년)씨는 최근 취업과 관련해 황당한 일을 겪었다. TOEIC 940점에 학점은 3.5가 넘고 상경계열을 복수전공으로 이수한 뒤 기업에서 6개월간 인턴사원으로 근무한 경력까지 있어 취업에 자신감을 갖고 있었지만 A사의 대학 방문 취업설명회에서 관계자와의 면담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상경계열로 입학하지 않은 탓에 기업 관계자가 면담을 거절한 것.반면 상경계열 졸업예정자인 박씨 친구는 900점이 안 되는 TOEIC 성적에 사회 경력도 없었지만 면담카드를 받아갔다. 박씨는 "기업들이 대학 취업정보실 등을 통해 특정 학생들에게만 몰래 문자 메시지를 보내 면담카드를 받아가라고 알려준다"고 불평했다.
취업시즌을 맞아 일선 기업들이 ‘전공불문·4년제 대학졸업자’를 공통의 자격기준으로 내세우고 취업설명회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명대와 인기학과 출신자들에게만 취업면담 기회가 주어지고 있다. 개별 면담에는 중·하위권대나 지방대 출신은 물론, 유명대의 인문·사회계열 출신들까지 배제되기 일쑤다.
지방대를 졸업한 뒤 서울 K대에 편입학한 최모(27·K대 경영학과 4년)씨도 박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B사의 취업설명회 면담 심사에서 "면접시 지방대 출신이란 점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면담은 해보지도 못하게 했다. 중위권대인 D대 사회학과 출신 이모(26)씨도 주요 기업의 면담카드를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취업뽀개기’ 모임방에는 기업들의 중·하위권대 및 비인기학과 배제에 분통을 터뜨리는 취업준비생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C사의 경우 Y대 학생들에게는 무제한 면담카드를 발급했는데 우리 학교에는 단 한장의 면담카드도 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네티즌은 "몇 차례 실시된 취업설명회에서 면담카드는 항상 특정학과 학생들에게만 주어진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시책에 따라 연령이나 전공제한을 없애면 너무 많은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 신입사원 채용시 이런 면담카드를 활용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끝까지 응시를 요구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서류를 받고 있어 처벌하기에는 까다로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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