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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방자…봉이 김선달…다들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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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방자…봉이 김선달…다들 어디 갔나

입력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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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시험 끝나고 긴장이 풀려서인지 강의 시간에 학생들이 재미있는 이야기를 청한다. 문학에 있어 유머와 웃음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갑자기 이야기의 방향이 그렇게 된 것이다. 어쩌랴. 거절하는 것은 자칫 유머와 웃음의 중요성을 부정하고 마는 것이기에 이번에는 그들 앞에서 내가 중간시험을 치러야 할 판이었다.미국 NBC 방송의 투나잇쇼 진행자인 제이 레노가 나를 웃긴 이야기. 한 술 취한 남자가 친구들과 내기로 동전 120개를 삼키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경과를 묻자 의사 대답하는 말. "아직도 거스름돈이 안 나오는군요." 학생들이 웃기 시작한다.

대학생들이니 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싶어 에피소드 하나를 더 소개했다. 학생들이 처음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에 대해 오리엔테이션을 하게 되었는데 기숙사 사감 하는 말이 "남학생들에게 여학생 기숙사는 금지구역이고, 여학생 역시 남학생 기숙사는 절대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처음은 20달러, 두 번째는 60달러, 세 번째는 180달러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질문 있나요?" 한 남학생이 손을 들었다. "한 학기 내내 사용할 수 있는 패스는 없나요?" 이번에는 웃음소리가 조금 커지는 것을 느꼈다.

이쯤에서 그만 접으려 하는데 누군가 하나만 더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인심 쓰는 셈치고 하나 더. 한 여자가 약국에 들어와 독약인 비소를 사고자 했다. 약사가 무엇에 쓸 것인지 묻자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죽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약사는 딱하기는 하지만 그런 이유로 비소를 팔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여자 손님은 사진 한 장을 꺼내보였다. 그것은 바로 약사의 부인이었다. 그것을 본 약사가 "아, 손님께서 처방전이 있으신 줄 미처 몰랐군요"라고 했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위기 아닌가? 생각해 보면 웃음만한 보약이 없는데, 웃음이야 말로 삶의 소금 같은 것인데, 없는 것이 없는 백화점이나 남대문 시장 어디에도 웃음이란 건강 상품은 없고, 최근에는 웃음 파는 것마저 법으로 금지시키고 말았으니, 우리 사회는 약이 떨어진 배터리같이 다 된 것 아닐까? 분명 어딘가 방자도, 배비장도, 이춘풍도, 근엄한 북곽 선생도, 동리자 같은 정절부인도, 봉이 김선달도 있을 터인데 다들 어디 가고 웃음마저 자취를 감췄단 말인가?

공무원들이 파업을 한다고? 오늘도 웃기는 틀렸나 보다.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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