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과 이라크 방위군이 8일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점도시 팔루자에 대해 총공세를 개시함으로써 이라크 사태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이 이번에 수니파 저항세력을 완전 제압할 경우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이번 총공세는 이라크 안정화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또한 재집권에 성공한 부시 행정부에게는 이라크 정책을 재점검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듯 하다. 이에 따라 세계는 미군이 팔루자를 점령해 저항세력의 기세가 크게 꺾일지, 아니면 팔루자가 영원한 미군의 수렁으로 남을 것인 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전 상황 = 총공세 일주일전부터 팔루자에 가공할 공습을 퍼부어온 미군이 이날 지상작전을 개시, 속전속결로 시내를 장악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미군은 해병1원정대 대원들이 팔루자로 통하는 교량 2개를 확보하는 것을 도화선으로 지상작전에 돌입했다. 미군은 팔루자 동·서 진입로를 통해 시내로 진입, 서쪽 유프라테스강 연안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저항세력 수십 명을 생포하고 상당수를 사살하는 전과를 올렸다. 탱크를 앞세운 미군의 진격을 저지하려는 수니파 무장세력들은 로켓추진탄(RPG)과 소총을 난사하면서 극렬히 저항했고, 미군은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야포와 AC-130기 등으로 저항 거점들에 맹폭을 가했다. 앞서 이라크군 특수부대는 미군 작전 개시 전 팔루자의 한 병원을 전격 급습, 병원에 은신중인 외국계 테러범들을 다수 검거했다.
하지만 향후 전황을 섣불리 예단할 수 없을 듯 하다. 현지 지형 지물에 익숙한 3,000여명 이상의 저항 세력들이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중무장한 채 시가전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자폭공격은 물론 독극물이 든 화학무기까지 동원해 일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장단체의 지도자는 "우리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비 재래식 전술을 선보일 것"이라며 치열한 시가전을 예고했다. 시아파 강경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측도 이날 "이라크군과 경찰은 미군에 협력해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총공세 배경과 전망 = 팔루자는 수니파 저항세력과 외국계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라는 점에서 미군이 반드시 점령해야 할 곳이다. 이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이라크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민주정부를 수립하기 어렵다. 팔루자에 저항세력이 온전할 경우 수니파 교도들은 내년 1월 총선을 보이콧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중요성 때문에 미군과 이라크군은 총공세 직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팔루자 외곽에 무려 2만 이상의 대병력을 배치한 것이다. 미국이 이번 공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경우 잔당 저항세력에 대한 소탕 작전을 서두르면서 내년 1월 이라크 총선을 준비할 것이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英紙, 팔루자 르포/차량 118대· 300여명 "자폭공격 대기" 초긴장
사기 충천한 팔루자의 무장 저항세력은 자살폭탄공격, 저격 공격 등 극단적인 방어 전술로 미군과 최후의 일전을 치를 준비를 끝냈다. 특히 이들은 청산가리 등 독극물이 실린 미사일을 팔루자 후방에 배치하는 등 결사항전의 결의를 다졌다.
서방언론으로는 유일하게 팔루자 시내를 취재한 영국 더 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 타임스는 7일 팔루자 저항세력과 시민들의 결연한 분위기를 현지 르포 형식으로 생생히 전했다. 팔루자 무장 단체 사령관의 동생의 도움으로 팔루자에 잠입한 이 신문의 할라 자베르 기자는 폭탄이 가득 찬 차량 118대와 외국계 테러리스트 300여명이 자폭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팔루자 시내 풍경은 살벌하다. 미군 폭격으로 일부 병원은 완전히 파괴됐고, 상당수 민가는 폐허로 변해버렸다. 상가는 철시한 상태이고, 일부 병원 의사들이 비상상황에 대비하고 있으나 약품도 떨어져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나 다름없다.
기자는 "저항세력들은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처럼 수염을 길게 길러 일반인들과 확연히 구별된다"며 "시민들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당초 외국계 테러리스트들이 팔루자를 떠날 경우 팔루자를 공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가 이를 번복한 사실에 분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군들이 확성기로 민간인들에게 팔루자를 떠나라고 요구하지만 5만~6만여명의 시민들이 팔루자에 남은 것도 이 때문이다.
9월까지만 해도 외국계 테러리스트들과 토착 수니파 세력들이 갈등했지만 미군 공격이 임박해지면서 단합하고 있다.
기자는 "저항세력들은 매일 밤 미군 공습을 받고 있지만 위치 추적을 우려해 지대공 미사일 등을 발사하지 않고 있다"며 "미군 포탄 때문에 시민들은 잔뜩 웅크린 채 밤을 지새우고 있다"고 전했다.
팔루자 시민 루시디 아예드(57)는 "나는 팔루자를 떠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하다면 나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팔루자는 어떤곳/알 자르카위 등 근거지 '聖戰 상징’
팔루자는 바그다드 서쪽 60㎞에 위치한 수니파 지역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 때부터 이슬람 원리주의의 전통이 강했던 곳이다.
전쟁 전까지 특권층이었던 바트당원이 집단 거주했고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에는 후세인 지지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4월 이곳에서 불에 그을리고 팔다리가 잘린 미국인들의 참혹한 사체가 발견된 이후 알 자르카위 등 핵심 테러리스트들의 근거지로 지목받아 왔다. 당시 미군은 3주간 F-16기 전폭기와 2,000여명의 해병대를 동원한 대대적인 보복에 나서 1,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후 팔루자는 ‘지하드(성전)’의 상징으로 떠올라 이라크 곳곳에서 저항세력을 결집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현재 팔루자 내부는 이라크 임시정부의 통치력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미군은 팔루자를 바그다드 티크리트와 함께 저항세력이 거점화한 수니파 삼각지대의 한 축으로 보고 팔루자의 저항세력 소탕이 이라크 안정의 최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최근에는 저항세력과 미군과의 치열한 교전을 틈타 바트당원이 다시 세력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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