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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까지 보듬은 ‘코리아 仁術’"40년 고통 끝, 꿈만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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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반대편까지 보듬은 ‘코리아 仁術’"40년 고통 끝, 꿈만같아요"

입력
2004.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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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한국인들의 사랑을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갓난 아기 때 화재로 전신화상에다 왼쪽 팔까지 잃고 40년 넘게 고통스럽게 살아가던 칠레 여성이 한국 동포와 보훈처 등의 도움으로 한국에서 무료 치료를 통해 건강한 새 삶을 찾았다.

8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만난 에스텔린다 잔칼라우엔(44·여)씨는 연신 목을 돌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심한 화상으로 턱과 가슴이 붙어 꼼짝달싹 못하던 목이 한국에서의 2개월간 수술과 치료 후 기적처럼 움직이고, 쪼그라들었던 왼쪽 귀도 정상으로 되돌아왔기 때문이다. "목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니 꿈만 같다"는 잔칼라우엔씨는 "생면 부지의 나라, 한국이 용기와 행복을 되찾아 주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칠레 남단의 섬마을 케존시에 사는 잔칼라우엔씨는 2살 때 천막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전신에 심한 화상을 입었다. 왼쪽 팔은 재생이 불가능해 절단했고, 42년 동안 두 딸과 함께 가난과 고통 속에 살아왔다. 하지만 올 8월 칠레에서 선교활동을 하다 잔칼라우엔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장홍근(67)씨가 칠레주재 한국대사관에 이 사실을 알렸고 한국 정부의 도움으로 서울로 이송돼 보훈병원에서 무료진료를 받게 됐다.

올 9월11일 서울보훈병원에 입원한 잔칼라우엔씨는 고대구로병원 성형외과 의료진까지 참여한 가운데 화상 흉터를 절제하고 피부를 이식하는 등 3차례 대수술을 받았고 왼팔에는 의수를 끼웠다. 2개월간 치료를 받은 뒤 5일 퇴원한 잔칼라우엔씨는 얼굴과 목 부분의 화상 흔적이 약간 남아있기는 하지만 평생을 짓누르던 고통과 불편은 사라졌다. 의료진들은 "목 부위의 피부를 잘라내고 이식하는 수술이 가장 어려웠다"며 "수술이 잘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과 의술이 지구 반대쪽 나라 칠레의 한 섬마을에 전해지자 칠레 정부는 로베르토 알바레스 주한 칠레대사를 통해 칠레 대통령 영부인의 감사장을 보훈복지의료공단에 보내 고마움을 표시했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칠레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 정상회담 참가를 위해 칠레를 방문할 때 케존시에서 대대적인 환영행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가보훈처는 이날 장씨와 의료진에게 민간외교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수여했다. 월남전 참전 유공자인 장씨는 84년 육군중령으로 예편해 87년 칠레로 이민했으며 현지에서 한글학교를 설립하며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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